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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후기 (읽기전용)

[2020수능후기]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3)
글쓴이 : 호밀밭의파수꾼 | 날짜 : 19-11-17 22:51 | 조회 : 1127

안녕하세요, 반수를 시작할 때 마닳을 구매하고 죽어도 내가 이 책 뒷편에 국어 1등급 후기를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씁슬하지만 터무니 없는 점수를 받아버렸네요. 여러분들은 그러지 말라고 올리는 후기입니다..(나 때는 말이다~~ 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구요.. 정말 제 후기고, 너무 힘들었기에 쓰는겁니다)

저는 원래 재수를 하고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완곡한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이미 자존감이 바닥이 되버린 저는 더이상 힘이 나질 않아 반수라도 하자는 마음에 대학교를 등록했고, OT 첫 날부터 정말 눈물이 주륵주륵 났습니다.

몇 십년을 넓은 캠퍼스에 가는 곳마다 꽃 길을 걸을 20살의 나를 생각했던지라, 지방 캠퍼스에.. 복잡한 건물이 들어선 주변이 아닌, 논 밭이 펼쳐진 곳의 대학교에 서 있는 현실이 너무 고달프더군요.

이미 수능이 끝나고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던지라,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멍하니 반수 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대학생활을 아무리 해도.. 적응이 되지 않고 과거에 대한 후회만 들 뿐 집에 가서도 손에 공부가 잡히지 않았고 그냥 아무 생각도 하기 싫더라구요.

어느새 1학기가 끝나고 휴학을 시켜주지 않는 교수님과 박박 싸우다가 결국 자퇴서를 내고 수능판에 뛰어듭니다. 다신 이 학교로 돌아올 마음도 없었으니까요. 어떻게든 대학을 붙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거의 고등학교 과정이 노베이스가 되버린 도대체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단 저는 수능특강부터 풀기 시작합니다. 삼 일에 하나를 끝낼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여러 기출문제집도 구비했습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모든게 보이지 않고 열심히 몰입했습니다. 국어는 기출도 마닳 이겨놓고 싸우는 법과 지문 읽는 법, 그리고 뒷 편에 실린 후기들에 나온 공부법들을 참고하며 공부했었습니다. 마닳을 1회독, 2회독 차곡차곡 해나가는데, 문득 그 생각이 든겁니다.

이제 뭔가 기출이 풀리고, 눈이 뜨인다는 생각을 점점 갖기 시작할 쯤.. 제 눈엔 리트 미트 문제가 눈에 들어왔고. '그래. 작년 불수능도 겪었고 다신 비문학에 치일 순 없지'라는 생각에 점점 기출을 멀리하고 고난도 문제만을 접하게 됩니다.

X쓸개 라던지, 비문학 300제 라던지, X릿 이나 고난도 모의고사의 지문들 이라던지.. 솔직히 저도 두뇌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마닳 후기에서 본 거나, 이찬희 선생님이 말씀해주신거나.. 기출만 똑바로 해도 등급이 오른다는 사실이요.

맞습니다. 작년 수능 국어 6등급이던 제가, 단지 2개월의 기출 공부 만으로 (솔직히 저도 막판엔 지쳐서 기출을 제대로 보지 않았습니다.그럼에도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9평 때 3등급이 떴으니까요. 남들은 이게 무슨 자랑이냐 하겠지만, 저는 처음 보는 점수 였습니다.

이대로만 열심히 하면 수능 때 높은 2등급은 받을 수 있겠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9평 틀린 것을 분석할 때, 문법이 조금 부족했던 것과 비문학에서 선지판단을 잘못했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실수한 부분 같은걸 세보니까 잘하면 내가 이번에 1등급도 맞을 수 있었는데, 너무 실수를 많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부족한 문법부터 채웠습니다. 문법은 이겨놓고 싸우는 법에 수록된 문법을 참고하셔도 좋은데 저처럼 아예 문법이 노베이스라면 인강 듣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문법 인강도 자신가 맞는 인강이 좋아요. 대부분의 인강은 살짝이라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하기 때문에, 처음엔 정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반복해서 듣거나, 아니면 정말 노베이스부터 해주시는 분들 인강을 찾아서 들어보시면 됩니다.
인강을 듣고, 복습하고, 이겨놓고 싸우는법에 수록된 문법 한번 봐주면 이해가 팍 되는 순간이 있어요.
문법 개념이 중요하지.. 하면서 개념만 계속 돌리지 마시고 꼭 문제 푸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문제 풀면서 얻는게 많거든요. 마닳에 수록된 문법 문제들을 모아서 푸셔도 좋고, 고2,3 학력평가 문법까지 모아둔 문제집이 있는데(x담 800제) 그것도 병행해서 푸시면 좋아요. 쉽게 된 문제라 개념 쌓기엔 아주 좋거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이렇게 점수 조금 올랐다고 고난도 풀지 말라는겁니다.
처음엔 고난도 풀 때 내가 뭐라도 된 것 같고 수능에 고난도 지문들이 나와도 다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실모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베오베 모고와 X감 모의고사를 봤었는데, 그 어렵다는 X감 모의고사에서는 91점을 받을 정도였는데, 수능 날 제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베오베 모의고사도 좋은 모의고사지만 문학에서 조금 엥? 하는 문제가 있긴 했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를 실모에 대비하실거면 베오베 하나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X감 모의고사나 X탕 모의고사 등등이 있지만, 평소에 기출을 풀 때 시간 재서 푸시는 것을 습관화 하신다면, 이걸로 이미 시간부족은 해결할 수 있어요. 실모를 많이 푼다고 해서 절대 실력이 오르거나 시간이 앞 당겨지거나 하진 않더라구요.

그 시간에 EBS 문학이나, 문법 기출을 달달달 복습해서 수능 당일 문학과 문법을 빠르게 풀고 비문학에서 더 고민하고, 검토할 시간을 버는 것이 참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9평 이후의 저는, 기출을 멀리하고 고난도 문제와 실모에 빠져 살았고.. 사설 점수가 제 점수인냥 어서 수능날이 와서 1등급을 맞아버리겠다는 굳은 의지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올해 6.9평까진 봤었는데 이것도 제대로 분석을 각 잡고 하진 못했어요.

저는 수능당일, 모든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문법 개념도 너무 헷갈렸습니다. 분명 머리로는 이 시험이 작년보다 더 나은 난이도를 갖고 있고, 다 풀 수 있는 문제라는걸 아는데..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문학에서 읽히지를 않으니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아예 독서 한 지문을 날렸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망쳐버린 국어에 멘탈을 붙잡을 새도 없이 또 시험은 시작됐고 저는 그 날 하루를 멍하니 보냈습니다. 아.. 이렇게 나의 반수 생활이 끝나는구나.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요.

나의 반 년간의 노력은 무엇이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학교에서 나오는데 눈물이 펑펑 흘렀습니다. 나의 스무살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남들은 웃으며 스무살의 청춘을 즐기는데, 정작 나는 집 학원 집 학원만을 왔다갔다하며 처절한 생활을 지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면서 집 가는 길 내내 눈물을 억지로 집어삼키다가, 오자마자 펑펑 울었습니다.

부모님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못난 자식이 박박 우겨서 겨우 허락해준 반수인데.. 이렇게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이제 돌아갈 학교도 없는데.. 나는 어떡해야하지. 이렇게 현실을 받아들여야하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재수는 그렇다쳐도 제가 삼수라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우는 것을 겨우 진정하고. 자기 전에 이번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해봤습니다. 국어분야만 추리자면,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1. 제발 실모만 풀지마세요. 기출을 돌리세요.. 아무리 평가원과 비슷한 모의고사라고 해도, 평가원의 수준에 못 미칩니다. 실모가 잘 뚫린다고 해도 점점 진화해가는 평가원을 뚫을 순 없습니다.. 고난도나 실모 돌리고 싶으시면 기존 기출분석에 플러스알파로 활용하세요. 그게 주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는 이미 수많은 마닳 후기로 검증된 내용입니다.

2. 문법은 이제 11번 12번의 지문형식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지문형 문법에 대비하시는게 좋겠어요. 맨 초반의 문법 문제부터 막히면 정말 머리가 새하얘지거든요.. 그리고 문법이 평소에 자주 틀리신다면 개념복습 계속 하시면서 문제풀이도 3번 정도 돌려 푸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내는 부분은 정해져 있어서 N회독 하다보면 얻어가는게 제일 많은 파트죠.

3. 다들 멘탈 멘탈하는데 진짜 멘탈이 너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능장 들어갈 때 부터 이미 서울대 만점이라고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게 정말 중요해요 괜히 쫄아서 들어가면 문제 보면 더 당황해버립니다. 맞으려고 한번 두번 문제를 더 보시지 말고, 일단 손가락 걸기를 하며 쭉쭉 풀어나가면서 다시 볼 시간을 만드십쇼. 제 이번 수능에서 '아.. 수능이니까 틀리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지배해서 섣불리 손가락 걸기도 못하겠고, 불안감이 솟구쳐서 결국은 다 말아먹었습니다.. (+아 손가락걸기도 평소에 하지 않다가 수능날 가서 하려고 하면 무지 떨리고 불안해서 잘 못해요.. 평소에 연습이 정말 중요합니다)

4. 복습은 필수입니다. 무엇을 공부하던, 인강을 듣던, 한번에 이해가 갔던.. 여러번 복습은 필수입니다. 저도 막판엔 복습을 미루고 개념을 다시 보는 시간에 많이 들이지 않고 문제풀이에만 급급해서 결국은 사소한 개념을 묻는 문제엔 당황을 하고 말더군요. 다들 하는 실수입니다. 막판 가면 정말 실모만 풀어대요.. 제일 베이스는 개념 입니다. 실모를 풀고싶다면 실모에 있는 문제들을 토대로 문제 관련 개념을 찾아 부분적으로 복습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5. 연계 공부를 하지 말고 문학을 풀 수 있는 힘을 길러라, 하시는데 저는 그래도 연계 문학 공부는 좀 해두는게 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소설연계가 다른 지문에서 출제된다해도 현대시나 고전시는 정말 그대로 나오는 편에, 고전소설은 대충 누가 나오는지는 알아야 시간 단축에 효과적이거든요. 게다가 아는 작품이 보이면 심리적으로도 좀 안정됩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십쇼. 불안해하지마십쇼. 온 하늘이 당신의 편이라고 생각하십쇼. 적어도 당신이 보고 있는 수험장에서 당신을 이길 수 있는 수험생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기적같이 문제가 잘 풀릴겁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또 생겨나는건 정말 비참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청춘은 제발 아름답길 바랍니다.. 물론 혼자 공부해가며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는 일 자체가 아름다운 일 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점점 지쳐가는 것이 환멸날겁니다..

혹시나 재수를 고민하고 있다면, 불안함에 반수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면. 도전하는게 좋다고 봐요. 정말 후회스럽거든요.. 학교가 맘에 안든다고 그 학교를 등록해버리면, 학교 생활이 정말 하나도 즐겁지 않습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거든요.. 정 불안하시다면 등록을 하자마자 휴학계를 내세요.. 애매한 반수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반수생활이라고 선택해야되는게 있는게 아닙니다. 그냥 다 포기하세요. 재수생활이랑 똑같습니다. 친구들도 연락하면 안되는거고 컴퓨터나 TV, SNS 다 끊으세요. 어쩌면 반수생이 더 이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수생 애들도 후반가면 확실히 지치더라구요.. 뒷심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건 현역이던 N수생이던 뒷심만 잘 발휘해도 수능 날 1-2등급 정도는 역전해버리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구요. 수능이 끝날 때 까지 다 끝난게 아닙니다. 절대 정신 놓으면 안돼요. 남들이 지쳐도 꾹 참고 견뎌내는 자 만이 승리하는겁니다.

이 미친 수험생활이 다들 정말 고되고 힘들거라는거 아주 잘 압니다. 제가 수험생활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였지만, N수생분들을 정말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대단한 사람 이란 증거에요.. 현역 분들 간혹 N수생분들을 얕잡아 보시던데.. 감히 그런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수능이란게 그런거에요.. 1-2 문제 차이로 갈 수 있는 대학과 과가 바뀌는 그런 잔인한 시험이에요.
그래도 그 성취감. 짜릿한 성취감의 한 순간을 계속 머리에 되뇌이세요. 자신이 가고싶은 학교의 캠퍼스를 거니는 자신을 상상하세요. 그 상상 하나로도 공부할 힘이 계속 생깁니다. 아무도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비참한지 저도 잘 압니다.

여러분은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해낼 수 있습니다. 당당한 승리를 손에 거머쥐고, 이런 수험생활도 이겨냈는데, 이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그 감정... 그게 정말 인생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겁니다.

꼭 이 수험생활에서 승리하세요.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쟁취하세요. 현실에 안주하는 삶. 남들이 다 인정하는 그런 안정된 삶... 부모님의 뜻 대로 정해진 삶. 분명 나중에 회의감이 들거에요. 저는 일단 주어진 상황 내에서 열심히 고민해보고 그것이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또 수험생활을 하게될 것 같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정말 자신에게 도움되는 명언 한 두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진짜 많은 도움이 돼요. 제가 좋아했던 문구를 소개하자면,

'손이 타버릴듯 뜨거울지라도, 담고싶은 태양이 있다면 죽어도 놓지말 것' 과

'정말 당신은 자신의 주인인가요? 스스로의 하루를 온전히 장악하고 의지대로 이끌었습니까? 설마, 하루라도 노예의 삶을 산 것은 아닌가요? 시간에 끌려다니고, 스스로의 하루가 의지대로 되지 않고 왜 이렇게 정처없이 흘러가는지 두려운 날을 보낸 것은 아닌지요.'

이 두가지 였습니다.

지옥같은 입시생활이 힘들더라도,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 밖에 없습니다. 자기 전이라도 오늘 하루의 나를 반성해보고, 수고했다고, 내일의 나는 다를거라고 쓰다듬어주세요. 나를 보듬어주고, 사랑하세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2021년의 여러분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셔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의 여러분들은 고생한 만큼 보상 받으실거에요. 제가 기도하겠습니다.

목록
이찬희 19-11-18 04:35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프리스토 19-11-18 19:52
잘 읽었는데 위에 오타가 있네요
'완곡한 부모님'이 아니라 '완고한 부모님'이 맞지 않나 싶네요
dorothy19 19-11-20 11:41
우선 너무너무 수고 하셨어요.
그리고 읽어보니 공감되는게 많네요.
9모를 보완하겠다고 기출보단 실모에 많은 시간을 투자 했거든요.온갖 좋다는 국어실모는 다 풀어본거 같아요. 결국 결과는 기대치만큼 못나왔구요. 왜 그랬나 억울함으로 며칠을 힘들어 했는데 읽어보니 좀 알것 같아요.
입시가 아직 끝난게 아니니 끝까지 힘내시고 어떤 선택을 하시든 저도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