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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후기 (보관용)

[2021수능후기]
글쓴이 : 시래기와무말랭 | 날짜 : 20-12-27 18:59 | 조회 :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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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년 말이었습니다. 내신 성적이 나오지 않았지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말이지요. 그 분노에 휩쓸려 수능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마닳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하려던 찰나, 부모님의 설득으로 다시 수시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신을 공부한다며, 그 사실이 어떤 권위를 부여해준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꽤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방황하지 않기 위해 방황하느라 저의 값진 시간들을 사용했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사용한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의 2학년은 지리멸렬한 소멸을 맞이했습니다.

 3학년이 되었습니다.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읽었습니다. 좋은 말들이었고, 맞는 말들이었습니다. 꾸준함을 믿었습니다. 1권을 4회독 했습니다. 제가 지침서를 완벽히 따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여러 번 푼 결과,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비문학 지문 속에 숨겨진 주장, 따로 갈라 생각했던 말들이 사실은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들을 말입니다. 3월. 개학이 다가왔습니다. 방학 때 다른 과목은 몰라도 국어는 정말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하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습니다. 개학이 연기됐지요. 전 자제력이 없기에 풀어졌습니다. 놀았습니다. 그리고 후회했습니다. 다시 놀았고, 한탄했습니다. 4월 예정이던 개학은 5월로 연기됐습니다. 놀았고, 후회했습니다. 제기랄. 제가 만약 그 순간순간의 저 자신과 싸울 수 있었다면, 전 살인 및 시체 훼손죄로 체포됐을 겁니다. 그리고는 “시체의 산을 쌓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신문에 나왔을 겁니다. 5월. 개학이 진행되었습니다.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포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강력했습니다. 중간고사를 놓아버리기는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말했습니다. “씨발. 다 좆까. 지랄을 해도 끝까지 해보고 할 거야.”

 내신을 준비하기 위해 수능 국어 공부는 매일 비문학 요약과제를 하고, 주말에 마닳 1회를 푸는 것으로 줄였습니다. 내신 국어, 수학, 영어는 교재인 EBS를 보았습니다. 생II와 생윤은 인강을 듣지 않고 많은 양의 문제들을 풀었습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라는, 오직 스스로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1학년, 2학년 때 느꼈던 학습 자체를 거부하는 생각과 감정들은 여전히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때와 다른 점은 그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 자체를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아니할 그 오랜 배우자와 같은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노트 한구석에 적었습니다. “나만이 나의 구원일지어다.”

 중간고사. 대성공까지는 아니어도 실패는 하지 않았습니다. 중간고사의 끝과 기말고사의 시작 사이의 시간에 다행히 정신을 놓지 않아 인공잔디로 파전을 부쳐 먹지 않고 제가 해야 하는 것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마닳을 풀었습니다. 2권을 1.5회독 했습니다. 기말고사도 중간고사와 마찬가지로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공부하였고, 비슷한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수시로 대학을 써 볼만한 성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을 가려면 수능을 봐야지요.

 계속해서 마닳을 풀었습니다. 베오베 모의고사도 풀고, 플러스알파닷도 2.5회독 했습니다. 마닳 3권 3회독을 마치니 수능이 20일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1권 5회독을 채우고, 2권 4.5회독을 채우니 수능이 2일 남아있었습니다. 6월, 9월 평가원(각각 3회독씩 함)을 하나씩 보니 수능 날이었습니다. 베오베 모의고사에서 얻어맞고 배운 “어려운 건 일단 제낀다”는 교훈을 수능날 이용했습니다. 그렇게 수능을 마쳤습니다.

 제가 마닳을 풀며 보았던 후기들에는 자신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자세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저는 단순히 공부했기에 그렇게 자세하게 쓸 세부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다만,
 내신과 병행하는 학생들에게는 마닳을 놓지는 말되 많이 줄이고, 비문학 요약과제로 연명하며 수시에 최선을, 정말로 최선을 다하라는 것,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에는 마닳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라는 것을,
 모든 학생에게는 인강은 절대로, 절대로 공부의 목적이 아니며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남들이 하니까 한다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없습니다. 수능을 잘 보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저와 같은 과정을 겪고 있을 많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18년을 소비해 얻고도 후회하지 않는 교훈이 있습니다. 구원을 바라지 마세요. 아무도 여러분을 구해 줄 수 없어요. 의존하려 하지 마세요.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오직 우리의 몸뚱아리에요. 자기 파괴적 생각이란 화재에 갇혀 <구원자를 기다린다>는 진통제를 물도 없이 삼키며 버티는 이들의 최후는 아무도 동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소방관이 되어 자기 자신들을 구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내란 소리는 하지 않을래요. 그거 듣고 힘 난 적 없었거든요. 대신 자신의 손을 모아 꽉 잡으세요. 당신을 구해줄 이의 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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