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 [2021수능후기] 과학고졸 반수생의 수능 후기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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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조준형2002 | 날짜 : 20-12-18 01:02 | 조회 : 138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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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는 나오고 나면 인증하도록 하겠습니다. 반수생이라 6평은 미응시, 9평 원점수 96, 수능 원점수(가채점) 98입니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였지만, 코로나 때문에 1학년 생활이 물거품이 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상위 대학에 대한 약간의 미련으로 반수라는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휴학 후 재수학원을 7월 초에 등록하였습니다. 수능 준비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감정은 막연함이었습니다. 과학고에는 수능을 치는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어를 학교에서도 거의 공부하지 않았고, 첫 입시에서는 수시에 올인하여 수능을 응시도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과고에서는 일반고에서 매월 응시하는 수능 모의평가도 보지 않습니다) '수능 대비'가 들어간 문제집이나 수능 기출문제를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노베이스인 상황이었습니다. 주위에 아는 친구, 선배들도 거의 수능 준비를 하지 않고 과학특기자 전형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어디 물어볼 데조차 없는 채로 재수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재수학원에서 6평 문제지를 프린트해서 한번 풀어본 뒤, 가장 막막하게 느껴진 것은 고전시가와 문법이었습니다. 기초적 수준의 고전시가나 문법도 내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문법은 손조차 댈 수가 없었고, 고전시가는 외계어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처음에는 우선 수능특강을 사서 풀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문제집이나 사서 푸는 것보다는 EBS에서 나온 것을 푸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우선 수능특강의 문법, 고전시가 부분을 매일매일 풀기 시작했습니다. 재수학원을 다니다 보니 주위 친구들의 책상에 놓여져 있는 책들도 이것저것 어깨너머로 보게 되었고, 친구의 추천으로 한 대치동 선생님의 현강을 듣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첫 수능준비다 보니 필연적이었던 삽질의 시간을 잠시 거치고 난 뒤, '기출'을 한번쯤은 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수능에 문외한이었어도 '기출이 중요하다'는 말 쯤은 이곳저곳에서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위 친구들의 책상을 스윽 둘러보니 다양한 기출문제집이 있었습니다. 마더텅, 마닳, 바탕 등등... 그중에서 제가 '마닳'이 가장 흔한 것 같았고, 그래서 '이겨놓고 싸우는 법'과 '마닳 1'을 주문하여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읽어 보았습니다. 기출을 'n회독'하라는 것은 국어에서는 처음 보는 방법론이었지만 과학고에서 수학, 과학을 공부할 때에 이미 많은 친구들이 성과를 거두었던 공부 방법이기도 해서, 기출을 'n회독'하라는 것이 별로 약 파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부로 바로 '마닳 1' 1회독을 시작하였고, 그렇게 2회독까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 갔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오전 시간에 국어를 공부하려고 노력했고, 하루 3시간 정도는 꾸준히 투자하여 '문제를 푼다'는 생각으로 접근 하기보다 지문 자체를 완벽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읽는 연습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출을 읽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것이 '마닳 1' 2회독을 막 완료할 때 쯤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재수학원, 독서실이 모두 문을 닫게 되었고, 강제로 수험생 모두가 집에서 공부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학습 효율이 떨어졌고, 평소 하던 기출학습의 페이스도 흐트러졌던 시기입니다. 또한 이때 9평을 보게 되었습니다. 9평 이전에 잠시 항상성이 무너지긴 했지만, 그 이전에 꾸준한 읽기를 통해 길러 놓은 읽는 힘 덕에 9평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되고 학원으로의 복귀가 가능해져, 학원에 복귀한 뒤에는 수능 직전까지 계속해서 '마닳'과 6평, 9평 기출문제를 학습했습니다. 파이널 기간에는 따로 상상 베오베 모의고사를 사서 풀지는 않았고, 듣고 있던 현강에서 매주 치던 모의고사로 실전 연습을 대신했습니다. 또 '플러스알파닷!'의 현대시, 고전시가, 현대소설 파트만 간략하게 1~2회독을 했습니다. 수능 전날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가슴이 미친듯이 뛴다거나 무지 긴장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아닌데, 아마 무의식중에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누워서 그대로 새벽 6사까지 밤을 샜습니다. 수능날 아침, 택시를 타고 수험장에 도착한 뒤 수험표를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재발급을 받고, 40분정도 일찍 도착하여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준비해온 커피를 마시면서 준비해 온 기출 지문을 보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 시작 때까지 대기했습니다. 시험지를 기다리면서 긴장감보다는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이 드디어 성과로 바뀔 때라는 기대감이 더 컸습니다. 또 하던 대로 침착하게 잘 읽기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오랜 기간 기출로 연습하며 다져진 스스로의 '읽기 능력'에 대한 믿음이 어느정도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잘 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시간 관리는 매우 빡빡했습니다. '손가락 걸기'를 해 가면서 천천히 문제지를 넘겨 나가는데, 시험 시작 전까지는 별다른 긴장을 느끼지 않았던 저도 막상 시험 종료까지 30분, 15분이 남았는데 아직까지 못 건드린 지문이 남아있었을 때는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아무튼 시험 시간에 거의 딱 맞춰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있었고, 가채점표를 다 적지는 못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집에 와서 시험지를 보고 마저 정답을 복기해 냈는데, 아예 기억이 안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기억이 잘 났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입시 사이트에 결과를 입력해 보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였습니다. 아직 원서접수를 하지 않았고, 수시 결과도 나오지 않아 반수 전체가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능 국어에 한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저는 '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능 국어를 짧은 기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읽는 힘을 기르세요. 수능 국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유일한 방법은 주어진 지문들을 잘 읽어내는 것입니다. 글을 잘 읽는 데 있어서는 어휘력, 독해력, 배경지식 등등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수능 국어 공부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책을 좋아하여 어릴 때부터 독서량이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수능 국어에 익숙해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습니다. 기출을 공부할 때 국어사전을 꼭 준비하시고, 모르는 단어 하나 하나 넘어가지 마시고 뜻을 찾아보세요. '유추'가 무슨 뜻이지? '고풍스럽다'가 무슨 뜻이지? '황망하다'가 무슨 뜻이지? 매 회차마다 모르는 단어를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꼭 찾아보고 넘어가세요. 수능에 주로 나오는 어휘에 대한 어휘력을 기르고 수능에 익숙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능 지문이 아닌 다른 책을 읽을 때도 필요한 전반적인 어휘력 자체를 기를 수 있습니다. 비문학 지문을 그냥 정보의 집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마치 '~에 대해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문제에 나올 법한 선지처럼, 여러분들 스스로가 글의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추론을 해 가며 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100퍼센트 빠삭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이건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 문장은 왜 이 자리에 있을까?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면서 읽다 보면 그런 일련의 사고 과정이 익숙해지게 되고, 같은 글을 읽어도 더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경제 지문이나 법 지문은, 이런 식으로 기출의 문제들을 반복하여 학습하다 보면 어느 정도 배경지식 또한 플러스알파로 갖출 수 있게 됩니다. 기출 문제를 단순히 풀어 넘기는 문제들로 생각하지 말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가려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건 단순 n회독에서 n의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고 여러분들 스스로의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2. 꼭 수능 뿐만 아니라 한방성 시험에서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임기응변과 마인드 컨트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평소에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9평 전날에는 3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수능 전날에도 잠을 전혀 자지 못했어요. 그래도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면 그렇게까지 피로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연습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생각들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세요. 저는 어느 순간 저 스스로가 불안해 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불안감을 느낀 뒤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이유를 만들어서 끼워맞추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불안한 이유를 찾는다고 불안이 해결되지 않아요. 불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미래를 쓸데없이 예측하려고 하지 마세요. 수능은 쳐 봐야 아는거지, 그 전에 그 결과를 예측하고 그 결과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예측은 그렇게 정확하지 않아요. 끝으로, 혹시 재수 또는 반수를 결심하기 전에 이 수기를 보시게 될 사람이 있으시다면, 웬만하면 수능에 뛰어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쉬운 길이 아닐 뿐더러, 세상에는 1년동안 수능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수능보다 더 노력이 성과에 반영되는 일을 찾아서 하셨으면 좋겠어요. 쓰다 보니 길어진 글 봐주셔서 감사하고, 이 글이 특히 국어라는 과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 (멘토)이수정 20-12-19 05:32
-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앞으로 수능을 치게 될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 같아요.
글을 읽으며 학생이 얼마나 힘든 수험 생활을 보냈는지 보이네요.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반수생이신데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으셨나봅니다.
좋은 결과 얻으셔서 정말 다행이고,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
학생의 후기 글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동안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입시 잘 마무리 하시고, 대학 진학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