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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수능후기] 이겨놓고 싸우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3)
글쓴이 : 히웅히웅 | 날짜 : 22-12-25 23:43 | 조회 : 2075

3월부터 마닳을 시작한 삼수생입니다. [마닳Ⅰ] 6회독, [마닳Ⅱ] 2회독, 비문학요약과제 200여 개를 했고 언매 백분위 98을 받았습니다. 결과만 써놓고 보니 한 줄로 끝나버린 수험생활이지만, 제가 마닳을 공부하며 느꼈던 점은 이 후기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2024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분들께 이 후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현역, 재수 내내 국어 3등급에서 벗어난 적 없었습니다. 해도, 안 해도 같은 성적이니 국어 공부는 미루는 불성실한 학생이었어요. 기숙학원에서 삼수를 시작한 저는 수능 첫 과목인 국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당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또 인강이었습니다. 전에는 열심히 안 해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인강을 열심히 들었지만 달라지는 건 전혀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지난 2년과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생각에 국어 공부법을 찾다가 마닳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삼수 시작할 때 기숙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이미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닳을 시작하지 않았던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길은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강은 선생님이 완벽하게 알려주지만, 마닳로 공부한다면 평가원 기출을 한 번에, 제대로 분석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졌고 별다른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마닳을 시작했습니다.

마닳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 꼼꼼함,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 이 세 가지라고 생각해요.

1. 성실함
저는 해야 할 일을 목전까지 미루는 불량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계획을 세워도 지키는 일이 없고, 매번 생각하는 것보다 공부 일정이 늘어져서 수정의 수정을 거듭하곤 했어요. [마닳Ⅰ] 1회독을 시작하며 우선 이것부터 고치자 다짐했고 아침저녁으로 항상 마닳을 반회분씩 풀고 검토까지 마쳤습니다. 모의고사, 기숙학원 휴가, 공휴일을 전후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약해질 때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 모든 것과 별개로 '난 내 할 일만 똑바로 해내자'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사실 공부 하루 안 한다고 크게 티도 안 나고, 수능날 등급이 달라지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껏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실하게 지냈다는 사실이 이후 힘들고 지칠 때 다시 해보려는 동력이 되더라고요.

2. 꼼꼼함
마닳을 하면서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은 '최대한 꼼꼼하게 하지만 완벽하려 하지 말 것'입니다. 저는 항상 반회분 문제 풀이, 채점, 검은색 펜으로 1차 메모하기, 해설집과 비교하며 2차 메모하기 과정을 거쳤습니다. 답까지 맞은 문제였고 나름대로 풀이 과정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해설집과 비교했을 때 엉뚱한 풀이를 한 적도 꽤 있더라고요. 특히 1권 2,3회독할 때는 모든 문제를 검토하며 놓치는 부분이 없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습니다. 어려운 선지를 만나면 끙끙거리며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고민한 끝에 해설집을 봤을 때 풀이에 오류가 없거나 <실력자>라고 칭찬해 주시는 찬희쌤 해설을 보면 쾌감이 들었거든요. 저는 이 쾌감이 좋아서 2,3회독할 때 국어 공부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하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건 오히려 역효과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늘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는데,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아서 결국엔 한 게 아무것도 없는 최악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스로 한 번에 완벽하게 분석하지 못할 것 같으니 마닳이 아닌 인강으로 회피했던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렇게 과한 완벽주의는 좋을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6평 이후 1권 4회독과 2권 1,2회독은 내가 한 공부가 완벽했는지 저울질하는 시간이었습니다. 6평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성적을 받자 이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너무 다그친 게 문제였어요. 마닳을 공부하다 보면 전에는 몰랐던 부분을 다음 회독에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 번에 완벽해지지 않는 것에 조급해하기보다는 반복된 기출학습에서 조금씩 실력이 쌓이고 있는 것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점을 너무 늦게 깨달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3. 흔들리지 않는 마음
저에겐 수험생활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불안하려고 하면 끝도 없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성적이 좋았던 6평 이후 자만하고 국어 공부에 소홀할까 걱정이었고, 여름에는 슬럼프가 올까 걱정이었고, 성적이 안 좋았던 9평 이후에는 이게 정말 내 실력일까 걱정이었습니다. 저는 고민을 하다가도 세상 어느 누구도 내 고민에 명쾌하게 대답해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답도 없는 문제에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묵묵히 하는 것만이 답이었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 후회한 적은 있어도, 해서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다. 파이널에는 특히 주변에 휩쓸리기 쉬웠습니다. 옆에서 산처럼 쌓여가는 실모나 유명 인강 선생님 교재를 보며 나도 해야 하는 건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요행을 바라는 건 지금까지의 공부 스타일과 맞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시 제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불안하지 않는 수험생은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갖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막판 성적 올리기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11월 17일 수능 당일, 국어 시험지를 받을 때까진 떨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어 첫 문제부터 모르겠고 매체는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두 번씩 읽었습니다. 평소에 언매 12분 컷이었는데 실전에서는 18분 정도 걸렸고 독서론까지 풀고 나니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작년의 저였다면 이미 멘붕이 와서 이후 시험까지 망쳤겠지만, 수능날 어느 정도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고 미리 예상하고 들어갔기에 크게 당황하진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속도보단 정확도를 중시해서 문학에서 과하게 시간 단축하려 하지 않았는데 막상 수능에선 정신없이 눈에 보이는 답은 손가락 걸고 넘어갔더니 20분 만에 풀어냈습니다. 저는 수능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눈도 무겁고 지문의 흐름을 찾기도 힘들었는데 당장 풀어야 하는 문제, 선지에 집중하며 겨우 국어 영역을 마칠 수 있었어요. 독서는 거의 모든 문제를 역 손가락걸기로 풀었으니 잘 봤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그냥 마닳 후기에 나온 것처럼 내가 골랐던 게 알고 보니 전부 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려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낙관적인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가채점표를 써오지 않아 수능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 온갖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 국어 성적을 보니 올해 내가 끝없는 반복을 하며 다듬었던 습관 그리고 내가 공부해왔던 걸 믿는 마음, 이것만이 너무 긴장해서 긴장한 지도 모르겠는 수능날 저를 도와줬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니 수험기간은 힘들고 지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또다시 수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지금까지 공부했던 걸 점수로 확인하며 보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좀 더 경쾌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성적 맞춰 대충 대학생활하는 것보다 마닳을 통해 성취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긍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삼수 생활도 즐겁더라고요. 저에게는 정말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3월부터 마지막까지 마닳이 있어 국어뿐만 아니라 수험생활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걱정을 한아름 끌어안고 시작했는데 그런 걱정을, ‘구체적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바꿔준 고마운 책이었어요. 마닳이 없었다면 아마 올해도 이리저리 휩쓸리고 결국 또 실패했을 텐데 그래도 수험생활 중심 잡고 소처럼 우직하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그게 명시적으로 드러날 땐 좌절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게 가장 큰 위안이라며 훌훌 털어낼 수 있었어요.

다른 책은 다 버려도 마닳만큼은 평생 못 버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학습상담과 질문 답변을 맡아주신 멘토님들께, 세상에서 제일 자세한 해설로 국어 공부를 도와주시고 수험 생활 전반에 걸쳐 길잡이 역할을 해주셨던 이찬희 선생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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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이아랑 22-12-26 11:13
다른 책은 다 버려도 마닳 책을 못 버리겠다는 말에 정말 격하게 공감했네요.
저도 대학생활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수험생활에 썼던 마닳 문제집과 <이겨놓고 싸우는 법>은 아직도 보관 중이거든요.

한 해 동안 홀로 고민하며 싸워왔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을 만들어내기까지의
학생의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쳐드리고 싶어요.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학생의 긴 후기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제 추운 겨울인데 마음만은 따듯한 계절이 되길 바랄게요.

푹 쉬세요.
히웅히웅 22-12-26 13:08
아랑 멘토님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1권 1회독 마치고 학습 보고 역시 아랑 멘토님이 해주셨는데 댓글이 너무 좋아서 뽑아놓고 독서실 책상에 붙여두기도 했어요ㅎㅎ 열심히 하면 올겨울에는 마음속에 학생만의 꽃이 만개할 거라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공부하다가 고민이 생기면 상담글도 많이 남겼는데 멘토님 댓글 여러 번 읽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더라구요 저 뿐만 아니라 아랑 멘토님께 감사드리고 잊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닳담당자 23-01-12 17:25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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