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2018수능후기] 현역 6,9 3등급에서 현역 수능, 재수 6,9,수능 1등급으로 (1)
글쓴이 : 턍턍턍 | 날짜 : 17-12-12 14:20 | 조회 : 1891
ㅇ '크롬' 사용을 권장합니다. ('엣지' 사용시 글쓰기에서 공백 코드가 끼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ㅇ 비밀글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ㅇ 정회원 승급 : 공지글 [보고‧상담 시 지켜야 할 사항]에 따라, <기본배경정보> 및 <학습진행상황>을 알려주세요. ㅇ [1회독 학습 완료 보고]를 하지 않은 학생의 상담/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18수능을 응시한 재수생입니다. 마닳 공부를 하면서 뒤에 있는 선배들의 후기를 볼 때마다 ‘아, 나도 이 후기를 쓸 수 있을 만큼 잘 보고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후기를 쓰게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현역때는 원점수 96점 백분위 99, 이번 수능에는 원점수 97점 백분위 98을 맞았습니다. 저는 고3 1월부터 마닳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제 점수를 보시고 ‘아 원래 국어를 잘했던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마닳을 시작하기 전 문제가 쉬웠던 고1, 고2 국어공부를 하지 않고도 백분위가 96-97을 왔다 갔다 했었고, 100에 가까운 백분위를 맞고 싶어 고3 1월에 마닳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삼일은 지문 읽는 법,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정독하며 의지에 불탔으나 작심삼일이었죠. 그대로 마닳을 묵혀놓았고, 3월, 4월 교육청 모의고사를 보며 마닳을 하지 않아도 맞았던 1등급에 ‘아, 난 국어는 타고났구나’하고 자기 합리화를 했습니다. 그렇게 보았던 17년도 6월 평가원. 갑자기 비문학이 문학이랑 합쳐지고, 순서는 바뀌고, 지문은 무슨 한 페이지 가득이고⋯ 퍼셉트론은 또 뭐야 저게ㅠ 그렇게 저는 인생 첫 평가원에서 3등급이라는 등급을 받았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처음 맞아보는 충격적인 점수에 국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묵혀두었던 마닳을 다시 꺼냈습니다. 그러나 국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알지도 못한 채 일단 설렁설렁 풀고, 2회독도 설렁설렁. 한두 번 풀어봤으니 답은 다 기억이 나고, 틀린 문제는 채점할 때 ‘아 이거 잘못본거야.’ 이러고 맞은 걸로 고치고(<-큰일 납니다. 저러면 절대 안 돼요!!!) 이렇게 맞은 96-100의 점수로 ‘아 역시 6평은 실수였어. 난 국어 원래 잘하니까’라며 자기 합리화를 했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을 공부하고 본 9평. 지문은 왜 이렇게 길고, 주식총회? 그건 또 뭐야ㅠ 시간은 왜 이렇게 없어⋯뚜왕뚜왕? 으아아ㅏㅇ⋯ 결과는 3등급. 백분위가 1인가 2인가 올랐더라고요ㅋㅋㅋㅋ 처참했습니다. 왜지? 엄청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제서야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본 것 같습니다. 다시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정독하고. 마닳 1권 1회독부터 시작했습니다. 풀고 2회독 때는 처음은 1회독처럼 그냥 쭉 풀고, 두 번째에는 빨간 펜을 들고 분석, 또 분석. 해설지는 최소한 지문을 열 번은 읽고도 그래도 모르겠으면 보았습니다. 형광펜으로 별표 친 문제만 새 마닳에 3회독, 막판 수능 2주 전엔 최근 6,9, 수능을 따로 문제지를 뽑아서 세 번씩 풀고, 분석. 그렇게 수능날이 되었습니다. 문법부터 어렵더라고요. 문법을 꾸역꾸역 다 풀고 비문학을 넘어가는데 포퍼⋯콰인⋯ 멘붕이 왔습니다. 평소 시간이 부족하진 않아서 손가락 걸기나 문제 넘어가기는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날 손가락을 몇 개나 걸었는지⋯ 포퍼 몇 문제는 그냥 넘어가고 시간에 쫓기며 뒤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다 푸니 5분이 남더라고요. 서둘러 마킹을 하고 넘어갔던 문제들 답을 정하니 종이 쳤습니다. 잘 본건지 못 본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멘붕이 왔죠. 수능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채점을 하니 96점. 펑펑 울었습니다. ‘아, 내가 제대로 공부한게 맞았구나.’ 그 눈물은 수학을 채점하고 서러움의 눈물로 바뀌었습니다ㅋㅋㅋㅋㅋ. 국어시간의 여파로 수학에서 무수히 많은 계산 실수를 저질렀더라고요. 저는 수학 주관식 1번 정답률이 왜 100%가 아닌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저같은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ㅋㅋㅋㅋ 그렇게 저는 수학에서 사상 최악의 점수를 맞고 재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제 국어 공부법에 확신이 있었으니 2월 초 기숙학원을 들어가기 전 마닳을 엄청 사서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많으니 분량을 늘려서 매일 한 회씩. 작년에도 엄청 많이 봐서 질릴 대로 질린 지문들이었지만 얻을 건 아직 많더라고요. A, B형 나눠졌던 시절 지문은 정말 20번, 30번씩 푼 지문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문을 읽으며 이 사람은 나한테 뭘 알려주려고 이 글을 썼을까? 끊임없이 저에게 물으며 읽고, 또 읽었습니다. 18년 6월 평가원은 다 맞았고, 9월 평가원은 평소 약했던 문학에서 3개나 틀려 93점을 받았습니다. 저의 강점은 비문학이었습니다. 저의 비문학 푸는 법을 알려드리자면 일단 문단 별로 번호를 쓰고 문단이 끝날 때 마다 그 문단에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머릿속으로 정리 한 후 다음 문단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글의 전체 구조를 쉽기 파악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이나 메모도 십분 활용 했습니다. 작년 6평 퍼셉트론 지문이나 광다이오드 지문 같은 경우 옆에 설명을 보고 퍼셉트론 입력층 출력층, 다이오드 이런 것들을 간단하게 그려서 이해하기 쉽게 했고, 작년 9평 콘크리트 지문이나 작년 수능 보험지문 같은 경우 말로 설명 된 공식을 옆에다 수식처럼 써서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저의 내신은 영어 한국사 8등급, 사회 6등급, 물리 화학 생명과학 1등급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정말 좋아하는 건 잘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못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문과 쪽엔 배경지식도, 흥미도 하나도 없는 제가 인문 사회지문이 나왔을 때 극복했단 방법이 바로 좋아하는 척하기였습니다. 복잡한 경제나 사회지문이 나오면 그냥 ‘아 경제/사회 너무 좋다. 이과인 내가 비문학 아니면 이런 걸 언제 배우겠어. 와 재밌다. 다음엔 또 어떤 내용이 나올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풀었습니다. ‘아 저게 뭐야. 뭔 개소리야. 이딴 걸 내가 왜 알아야 돼.’ 이런 생각을 하면서 풀면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됩니다. 특히 문과분들 중에 물리,화학 지문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이 있는데 일단 읽으려고 해보세요. 평가원은 절대 지문에 없는 것을 묻지 않습니다. 배경지식이 있으면 읽기 수월하긴 하지만 없다고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흥미 있는 척 하고 읽으세요. 그렇게 억지로라도 재밌는 척 하고 읽으면 정말 재밌어집니다. 국어는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한 국어 실력은 집중력과 비례합니다. 저는 고3, 재수 때 픽미, 링딩동, 암욜맨 등 수능 금지곡들은 물론이고 기타 노래들을 듣지 않았습니다. 국어 풀 때 머릿속에서 노래가 맴도는 게 심해서 내린 조치였습니다. 모의고사나 수능 때 딴 생각이 나거나 노래가 맴돌면 입에 볼펜이나 컴싸를 물었습니다. 이로 물고 펜이 입술에 닿지 않게 물어보세요. 입술에 안 닿게 하는 게 은근 힘들어서 잡생각이 사라집니다. 한 30초만 그러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져 바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번 봤다고 다 아는 것 같지만 그 지겨움을 참고 여섯 번, 일곱 번 볼 때 새롭게 얻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기출 지겹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지겨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2년 연속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지겨움을 이겨내고 계속 해서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겨워도 보고 또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순간 눈이 딱 트이는 게 느껴질 겁니다. 저는 4월 말. 학원에서 있었던 학생들 사이의 안 좋은 일과 학원의 부적절한 대처로 공황장애가 생겨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한 달을 쉬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죠. 이제 막 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는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비참했습니다. 다 낫지 않았는데 6평을 보겠다고 5월 말에 꾸역꾸역 다시 학원에 들어갔고, 8월 말에 학원 내 특정 장소의 트라우마로 인한 공황장애의 재발과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거의 한 달을 쉬었습니다. 심리치료, 상담치료,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책은 학원에서 들고 나오지도 못했고, 마음을 너무 다쳐서 그냥 살고 싶어서 하루하루 버텼던 것 같습니다. 9월 말에 학원에 다시 돌아가서도 병원에 가느라 일주일마다 외박을 했었고 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0월 중순에 이렇게 힘들게 버텼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공부만 했습니다. 학원이 관리가 되지 않아 분위기는 개판이었지만 정말 부끄럽지 않게 했던 것 같습니다. 솔의 눈이라는 음료수를 60캔을 사서 점심 저녁시간에 밥도 먹지 않고 그 것만 먹으며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11월이 되자 스트레스로 이명이 들리고, 위궤양도 생겼지만 화장실 가러 걸어가는 복도에서도 책을 찢어서 보면서 걸어갔고, 자기 전 학원에 몰래 숨겨서 반입한 핸드폰에 플러스 알파닷을 넣어서 한 시간 씩 읽고 잤습니다. 그리고 수능이 미뤄진 전설의 11월 15일. 저는 수능이 미뤄졌단 소식에 너무 기뻤습니다. 저희 학원은 그 미뤄진 일주일 동안 개판이더라고요. 아마 대다수의 수험생들도 많이 심리적으로 동요되고 집중도 잘 안 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땅이 주신 일주일동안 미친 듯이 공부만 했고. 수능 날 작년과 다르게 웃으면서 OMR카드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공부한 날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짧지만 저는 그 기간 동안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해온 게 있어서 점수가 잘 나오고 이런 게 아닙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 미대 입시 준비하는 예체능학생이었고요, 공부는 손도 대지 않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노베이스였죠. 짧은 기간 동안 제가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교재로 올바른 방법을 통해 공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찬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닳이 정말 저의 인생을 바꿔주었습니다. 2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공부가 힘들죠. 앞으로 더 힘들 겁니다.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겠죠. 매일 밤 생각한 만큼 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할 거고요, 주위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을, 자신의 과거를 원망하고 후회하기도 할 겁니다. 여러분의 앞으로의 일 년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일 거예요. 해도 해도 부족한 건 많은 것 같고, 공부를 해도 점수가 꼭 그만큼 오른다는 보장도 없죠. 그런 길을, 외롭고 쓸쓸한 길을 가기로 결심한 여러분을 칭찬해주세요. 울면서 달려도 좋습니다. 달리다 지쳐 쓰러져도 괜찮습니다. 다만 여러분을 스스로 계속 다독여주세요. 그렇게 걸으시면 됩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계속 걸으세요. 여러분들 모두 여러분의 수능 날 웃으면서 나오길 기원합니다.

(멘토)황은경 17-12-17 15:37

큰 시험 치르느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그동안 수능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학생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학생의 글을 읽어보니 역시 정직하게 흘린 땀,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구나 라는 것입니다.
학생의 공부한 책을 보니 정말 열심히 한 흔적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이 글을 보고 많은 후배들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길..!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감에 있어 용기있고 스스로를 믿는 멋진 '나'가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축하하고 스스로에게 박수 쳐주길 바랍니다. 큰 시험 치르느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그동안 수능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학생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학생의 글을 읽어보니 역시 정직하게 흘린 땀,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구나 라는 것입니다. 학생의 공부한 책을 보니 정말 열심히 한 흔적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 합니다..! 이 글을 보고 많은 후배들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길..! 이를 계기로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감에 있어 용기있고 스스로를 믿는 멋진 '나'가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축하하고 스스로에게 박수 쳐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