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 [2016수능후기] 후회없는 한 해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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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월수금 | 날짜 : 15-12-13 23:59 | 조회 : 862 | ||
 현역 시절 국어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늘 1등급을 유지하는 편이었고, 더욱이 이과생이었기에 국어 공부는 자연스레 소홀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치룬 첫 수능에서 국어는 2등급, 다른 과목은 훨씬 처참한 성적을 받고 저는 재수를 택했습니다. 또한 학원 시간표에 얽매이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재수 초반 몇 달 동안은 독학재수학원을 다녔습니다. (6월 말부터는 끊고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마닳을 처음 시작한 건 5월 중순이었습니다. 국어 공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마닳을 알게 되었고, 이찬희 선생님께서 제시하는 기출학습 방법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어 망설임 없이 마닳을 선택했습니다. 1권 1회독을 할 당시에는, 그간 국어 공부라곤 해본 적이 없어 사실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감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어서,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사고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감이 오지 않았고, 선지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도 어렵고 서툴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냥 풀었습니다. '이겨놓고 싸우는 법'에서 이찬희 선생님께서 제시하신 것처럼, 1회독은 그저 하루 1회씩 무작정 풀었습니다. 그렇게 보름만에 1회독을 끝내고, 학습 보고를 하고, 2회독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문제를 두번째로 보게 되니 확실히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지문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훨씬 읽어내려가기가 수월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하는 방식은 서툴렀습니다. 지문과 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공부해 본 적이 없어, 깊게 고민하자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생각이 막히면 답지부터 찾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7회 즈음까지는 내가 그저 문제를 풀어 제끼고만 있다는 불편한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했습니다. 그 시기쯤 6월 모의고사를 치르고 100점을 받았음에도 현역 시절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감으로 문제를 풀었고, 정답이 왜 정답인지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8~9회 즈음부터, 아예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몇점짜리 문제를 풀든, 내가 정말 이 문제를 이해했는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아 X표, 별표 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푼 문제는 모조리 다시 훑기로 했습니다. 모든 문제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끄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쉬운 문제라 해도 정답이 정답인 이유, 또는 오답이 오답인 이유를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는 것과 그 생각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문제 아래에 끄적여 놓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애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받아 적을 뿐이었습니다. 비문학에서 단순 일치/불일치 문제는 지문에서 근거를 찾아 괄호 치고 선지와 연결시켰고, 유추가 필요하면 사고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문학을 풀 때는 문제와 선지보다, 먼저 지문 해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저는 특히나 시 해석이 힘들었는데,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은 형광펜을 치고 역시 의식의 흐름대로, 떠오르는 생각을 모조리 써갈겼습니다. 이 때,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해설을 전혀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워도 해설지만큼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이찬희 선생님 말씀대로, 해설지가 제게 독이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삼십분 이상 고민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면 3회독을 기약하고 넘겼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니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답이 답인 이유가 납득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공부할수록 점점 사고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보자마자 해설지가 머릿속에 입력되는 듯한 문제는 쓰윽 훑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회독에서 국어 실력이 가장 많이 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깊이 생각하는 것이 그리도 힘들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짜증도 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해설지의 유혹을 참기도 힘들었고, 죽을 듯이 하기 싫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엔 차라리 공부량을 조금 줄이더라도 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꾹꾹 참고 2회독을 완수해냈습니다. 이후 3회독은 학습 방법 정착이 가장 어려웠던 회차입니다. 초반에는 하루에 한 회씩 풀며 빠르게 훑어나가려 했지만 어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회차인 만큼, 진도 빼는 것을 조금 늦추더라도 제대로 마무리하자는 생각에 학습량을 조절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3일에 2회 정도 푼 꼴이 되었습니다. 문제를 풀고 나서 2회독 문제집, 새 문제집, 해설지까지 총 3권을 같이 펼쳐 놓고 검토했습니다. 2회독처럼, 그러나 2회독보다는 비교적 간단하게 메모를 하고, 해설지를 보기 전 2회독 문제집에 내가 적어놓은 메모들부터 봤습니다. 이 때에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접근하는 방식은 대개 비슷했지만, 훨씬 더 깊이있게 파고들어가는 식이라서 아이러니하게도 3회독에서 2회독 문제집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해설을 봤습니다. 2회독 때 끝끝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3회독 때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메모하긴 했으나 여전히 아리송했고, 명쾌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 때 해설지의 덕을 정말 크게 봤습니다. 이후 2권은 1회독을 2회독처럼 시작했는데, 1권보다 문제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높아 틀리는 문제 수는 훨씬 많아졌습니다. 마음이 많이 쓰렸지만, 바로 이 문제들이 내 실력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 믿고 꿋꿋이 학습했습니다. 과정은 1권을 풀 때와 같았습니다. 2권 1회독 중 치렀던 9월 모의고사는 역대급으로 쉬운 난이도였으나 저는 98점, 2등급이었습니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지만 결과만 보지 말자고, 감 문제 풀이방식에서 벗어나는 동안 겪는 과정일 뿐이라고, 중요한 건 수능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렇게 마닳 학습은 끝까지 밀고 나갔고, 2권 2회독까지도 완수했습니다. 이후 10월 중순부터 수능까지는 플러스알파닷을 봤습니다. 또한 덧붙이자면, 1권 1회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비문학 요약 하루 2개씩은 매일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플래너 쓰고, 비문학 지문을 요약하는 것으로 하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비문학 요약과 함께 매일같이 보던 것은 '이겨놓고 싸우는 법'의 사자성어, 문법, 고전시가 파트입니다. 매일 2쪽씩 무한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2015년 11월 12일, 시험장에 도착하자마자 늘 하던 것처럼 비문학 지문 2개 요약했습니다. 1교시 국어 영역. 크게 긴장한 탓에 늘 남던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가채점 마킹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울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복기해낸 답안을 채점한 결과는 100점.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네요. 올 한 해는 정말 후회없이 보냈다고 자신합니다.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이 제게는 너무 소중했던 한 해였습니다. 주변 모든 것들이 나를 흔들어도 앞만 보고 걸어나가야 했던 불안한 재수의 길 동안, 시시포스를 떠올리며 자꾸만 찾아오는 허무함과 싸웠습니다. '힘들고 불안하고 주저앉고 싶을 것이다. 네 힘으로 이겨내라. 그게 어른 되어 가는 과정이다.' 어느 회 끄트머리에 쓰여 있던 이 말이 늘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찬희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포기하지 않고 너무 잘 달려와준 제 스스로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수기 마치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