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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수능후기] 공부란 스스로 생각하는 것 (1)
글쓴이 : 믿음의도약 | 날짜 : 19-12-08 20:24 | 조회 :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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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고2 때 건강상의 문제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자퇴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제 친구들이 수능을 치는 시점까지 사실상 아무런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치렀는데, 어려웠던 2019학년도 수능에서 연습 삼아 쳐보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쳐서인지 80점이라는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1년간 공부를 한 후 수능을 다시 치르기를 원했습니다. 거의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시작한 것은 학원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수능 복기였습니다. 모든 문제를 제대로 푸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했고, 어렵긴 했지만 그것 자체는 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딱 그것뿐이었습니다. 글의 흐름은 알지도 못했고, 선지 판단은 순전히 단순 일치 여부 판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의 맞고 틀림과 별개로, 비문학 지문들을 철저히 이해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했습니다. 한 지문을 몇 시간 동안 여러 번 읽고, 문단별로, 주요 제재별로 등 여러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각 문단과 문장의 역할, 말하고자 하는 바, 그걸 표현하기 위해 무엇이 사용되었는지 등을 생각하고 나름의 이해를 해 나가자 ‘분석이라는 게 가능은 한 것이구나.’라는 나름의 깨달음이 생기더군요. 그러자 계속 기출 분석을 해 나가는 게 좋겠다는 일종의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 알게 된 국어 기출문제집이 마닳이었고, ‘이겨놓고 싸우는 법’은 저의 깨달음에 대한 확신을 더 강하게 했습니다.

2. 하지만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별로 좋지 못했고, 단순 입시를 위한 공부에 대한 회의감은 저의 가장 큰 적이었습니다. 저는 기출 공부의 효용에 대한 체험을 한 자로서는 너무나도 나태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평소 공부량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던 제가 입시에 대한 욕심까지 갖지 못하자, 말 그대로 공부는 ‘취미’로 하는 상황이 5월 중순까지 연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6평을 보름쯤 남겨둔 때쯤에 저는 1월에 사두었던 마닳을 꺼냈습니다. 저의 지나치게 꼼꼼한 성격은 1회분을 풀고 검토하는 데 6시간씩이나 걸리게 하였고, 거의 하루 종일 국어만 하다가 겨우 1회독을 마치고 6평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턱걸이 1등급이었지만,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1권 2, 3회독과 2권 1회독까지의 공부를 진행했고, 9평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다시 결과는 턱걸이 1등급. 6평과 같은 패턴으로 시간 관리에 실패한 저는 큰 무력감에 빠졌고, 9평 복기는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사설과 EBS로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시간 배분에 대한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사설에서도 저는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비슷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화작문과 문학에서 합쳐서 50분을 쓰지 않은 적이 없던 것이지요.

3. 일종의 대약진이 필요했습니다. 기출 공부를 꼼꼼히 했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이 때 그 대약진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은 기출 공부를 할 때의 큰 무기였던 성찰과 고민, 피드백이었습니다. 어디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기출과 사설을 병행하면서 계속 고민했습니다. 왜 문학에서 30분이나 걸리는 것인지, 화작문에서는 왜 하나씩 계속 틀리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은 정말 답답했지만, 결국 저는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반복적인 실수를 교정했고, 손가락 걸기의 구체적 원칙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에서 적절한 것을 찾는 문항에서 예전에는 선지 하나하나를 꼼꼼히 봤지만, 지금은 직관을 사용해서 답이 될 만한 선지들을 추려낸 후에야 꼼꼼히 보고 답임이 확실하면 다른 선지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문학에서 시간이 5분 이상 단축되자 수능 20일 전이라는 꽤 늦은 시점이었지만 안정적인 시간 배분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수능 한 달쯤에 시작한 1권 4회독을 통해 글의 구조와 문제의 구조가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경험도 하자, 수능 1교시가 전혀 두렵지 않아졌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마닳과 사설을 번갈아 풀고, ‘플러스알파닷’을 통해 EBS 작품들도 2회독하면서 저는 수능날이 점점 가까워짐을 느꼈습니다.

4. 수능 하루 전날, 챙긴 짐을 확인하고 10시 조금 전에 침대에 가 누웠습니다. 잠이 정말 오지 않더군요. 불안감보다는, 내일에 대한 궁금함과 약간의 기대, 그리고 갖가지 잡념들이 제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머릿속을 억지로 비워도 잠깐 사이에 밀려드는 수많은 관념들과 몽롱한 대화를 나누며, 다행히도 늦지 않게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능 당일, 정해둔 계획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저는 오히려 1교시 직전에 부담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결국 수능도 적절한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면 되는, 그뿐인 시험이라는 인식과 함께 저는 수능 1교시의 시작 종소리를 맞이하였습니다.

1교시가 끝나자 크게 틀릴 만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후로 순차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저녁에 채점을 해 보니 시에서 하나, 비문학에서 하나 틀려서 96점.

5. 결국 국어 공부란 나 자신에 의한 끊임없는 성찰과 피드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피드백이란 어떤 논리 구조로 답과 답이 아닌 것이 결정되는지를 인지하고, 내가 어떤 잘못을 범했는지를 확인하여 그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했는지를 고민하고, 사고 회로를 그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기출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고요.
즉, 국어 영역에서 요구하는 사고들을 직접 제대로 해보려 하지도 않고 외부에서 제시한 추상적 방법론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직접 치열하게 이해해 보려 하고, 글의 구조를 파악해 보려 하면서 그 개별적 경험들을 통해 추상적 방법론을 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6. 제가 자퇴 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알게 된 중 하나는, 인간은 스스로를 속여야만 하는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저주받은 짐승인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미쳐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는 오히려 희망찬 소식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행동과 지향을 제약하는 여러 가치 체계들이, 사실은 우리가 택하고 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뜻이니까요. 평소에는, 수험생으로서 부디 계속 그 의미 체계를 버리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언젠가 슬픔에 빠지는 날이 있다면, 특정 가치 체계에 우리를 영원히 구속할 수 있는 힘은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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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박정현 19-12-09 18:30
수능 치고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1등급 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학생이 나아갈 길에 늘 좋은 일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마지막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