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2020수능후기] 마닳은 결국 나를 바꿨다. (1)
글쓴이 : 혜doll2 | 날짜 : 19-12-06 02:13 | 조회 : 1430
ㅇ '크롬' 사용을 권장합니다. ('엣지' 사용시 글쓰기에서 공백 코드가 끼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ㅇ 정회원 승급 : 공지글 [보고‧상담 시 지켜야 할 사항]에 따라, <기본배경정보> 및 <학습진행상황>을 알려주세요. ㅇ 48시간 내에 정회원 승급 처리 or 답변 드립니다. ㅇ [1회독 학습 완료 보고]를 하지 않은 학생의 상담/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습니다. --------------- 나는 작년 재학생 시절, 내신에 비해 모의고사 성적이 눈에 띄는 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사람들이 내 대입에 기대를 했었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친척들, 지인들... 거들먹거리며 나는 그 사람들에게 떵떵거리곤 했습니다. 나는 수능으로 대학을 갈 거라고, 인서울은 껌이라고. 시험 전날에는 잠도 푹 잤고 떨리지도 않았습니다. 당일 날 아침 아빠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도 내 정신은 아주 맑았습니다. 국어 시험지를 받아 인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국어 시험지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는 말이죠. 시험지를 넘겨서 인쇄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수능특강의 로봇세 연계,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인 오발탄, 본인이 평소 자신있어 하던 법 지문. 마치 이번 시험은 순조로워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수능이 원래 이렇게 아는 게 많이 나오는 건가? 싶으면서도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비문학이 만만치 않음이 느껴졌습니다. 아주 길다란 융합지문, 명제/논리 지문, 법 지문. 시험지를 덮고 머릿 속으로 어떤 순서로 비문학을 풀어나가야 할 지 머리를 막 굴리기 시작한 찰나에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비문학을 어떤 순서로 풀지 고민한 것은 아무 의미없는 걱정이었습니다. 나는 2019 수능 날 국어 시험, 첫 페이지에서 막혔습니다. 1번에서 막혔습니다. 분명 답이 보였으나, 그걸 자신있게 답이라고 찍지 못하고 5분 넘는 시간을 지체했습니다. 그 교실에서 나만 그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 8분 정도 지났을 때 더이상은 지체할 수 없겠다고 생각해 정신없이 첫 페이지를 풀어내고 두 번째 화작지문을 마주했습니다. 너무 길었을 뿐더러,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이러다가 쓰러져서 죽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식은 땀이 나고 앞이 거멓다 허옇다를 반복했습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토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머리 구석 한 편에서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또 나한테 기대를 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났습니다. 현기증이 더 돋으며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이러는 와중에 글을 읽어보겠다고 눈을 막 굴려봤지만, 머리에 들어오는 내용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제 국어 시험은 마무리됐습니다. 이후의 시험은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쳤습니다. 아마 국어를 치는 중에 재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거 같습니다. 다 내려놓고 남은 시험을 쳤습니다. 나와 주변인들의 기대 속에서 치뤄진 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첫 시험 과목이었던 국어는 내게 미칠 듯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살면서 그런 몸 상태와 감정은 처음 경험해봤었습니다. 그런 경험 이후에 저는 시험, 특히 수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이미 재수를 결심한 상태였지만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라는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약 두 달 동안을 우울에 젖은 채 지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공황발작도 생기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항상 자신감에 차있던 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어졌었습니다. 젖은 생쥐 꼴의 나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때 내가 생각했을 때의 나는 뭘 해도 안 될 실패자 새끼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한 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의 내가 많이 부족했었구나. 시험의 긴장감 속에서 난이도나 지문의 길이에 압도당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구나. 정말로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공부 뼈대가 필요하다. 그런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공부를 하자고 결심하고 다 무너진 마음을 겨우 다잡았습니다. 바로 독서실을 끊고, 알바와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말처럼 공부가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이 바빴던 날이면 집에 와서 바로 뻗어 다음 날 오후에 일어나기도 했고, 친구들과 만나 놀기도 했습니다. 1월에는 여유를 가지고 공부를 하다가, 2월부터는 알바와 공부만 빠짝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실제 그렇게 했습니다. 이 당시 (1~2월) 국어 공부는 메가스터디의 김동욱 선생님의 커리큘럼을 따라가고자 수능국어는 김동욱입니다, 일 class 강의를 들었고, 이와 함께 ebs 윤혜정의 나비효과 강의도 들었습니다. 김동욱 선생님의 커리를 따라가며 수능 국어에 대한 접근법을 이해했고, 나비효과 강의를 통해 개념을 상기시켰습니다. 공부 방법은 예습을 꼼꼼히 하고 복습을 쌓아가기 식으로 반복해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날 1단원을 공부하고 1단원 복습을 했다면 다음 날에는 2단원 예습을 한 후 강의를 듣고, 복습할 때 1, 2단원을 하는 식으로요. 2월까지는 알바를 7일 풀로 나갔었습니다. 3월부터는 공부에 더욱 무게를 두고 싶어 평일 알바를 그만두고 주말 알바만 할 계획으로 평일 알바를 그만 둔 상태였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잡다한 고민이 많았던 저는 작년의 실패 요인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봤었습니다. 내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작년의 나는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공부를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작년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부는 안 하는데 원래부터 똑똑해서 모의고사는 잘 보는 아이'로 보여지고 싶어 했었고, 수능 날 그게 아님이 남들에게 탄로나는 게 두려워 내 몸과 마음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니 그런 내가 하찮고 언짢고 짜증나고 안쓰럽고 쪽팔리고 뭣같았습니다. 그렇게 대부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을 해대는 게 나라는 사실이, 내가 극도로 혐오하던 위선적인 인간이 결국 나였다는 사실이 몹시도 역겨웠습니다. 나는 매우 의존적이고 허울 밖에 없는 사람임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정신적, 물리적, 경제적 등 모든 면에서 독립적으로 재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는 알바를 그만두고는 독립이 불가능했습니다.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독서실을 5달 정도 밖에 다니지 못했고, 꽤나 큰 비용이었던 책값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6월까지 빠짝 돈 벌고, 11월까지 집 근처의 재수학원에서 6개월 정도 동안 빡세게 스퍼트내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3월 초에는 일만 했습니다. 새로 구한 알바였기 때문도 있었고, 반나절 동안 하는 일이기 때문에 공부할 여유가 나질 않았습니다. 3월 후반 정도가 되니 일에 적응이 돼서 알바 가기 전 국어 공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2월과 같은 패턴으로 3월 후반부터는 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다보니 보니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1. 김t의 강의는 내가 예습을 하면서 거쳤던 생각회로와 강의를 들으며 선생님의 생각회로를 비교해나가며 선생님의 생각회로에 맞춰가는 수업이었는데,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긴 하나 이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었습니다. 2. 윤t의 강의를 어느 순간부터 개념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스킬을 늘리는 수업으로 받아들이며 공부를 했습니다. 강의의 목적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나 스스로 본질적인 공부를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었습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나 스스로 하는 국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존에 해오던 공부법을 멈추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학교에 들렸던 선배의 한 마디가 팍 떠올랐습니다. "마닳 믿고 끝까지 하면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거다. 끝까지 해라." 뭐에 홀린 듯이 마닳을 검색해서 회원가입을 하고 마닳1 문제집, 해설집, 이겨놓고 싸우는 법, 지문 읽는 법을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받아본 마닳 문제집은 단순한 기출 문제 모음집이었습니다. 도통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아 가이드북처럼 보였던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먼저 읽었습니다. 이찬희 선생님은 1권 1회독의 관권은 15회를 해내냐 마냐에 달려있다고 하셨습니다. 책에 담긴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게 매우 와닿았던 저는 신뢰가 가는 이찬희 선생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보기로 했습니다. 1권 1회독의 느낌은 나름 열심히는 했는데 글쎄... 였습니다. 점수를 매겨보니 1회차를 제외하고는 모두 90점 이상의 점수가 나왔었습니다. 제게 있어서 기출이란 모의로 풀어보는 시험에 불과했던 데다가 이미 맞은 문제들을 가지고 하나하나 검토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우습기도 했습니다. 이런 걸로 공부가 되나? 싶었습니다. 저는 어리석게도 저는 4월 중~후반에 1회독을 마치고 국어를 잠시 놨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수학, 사탐에 신경을 많이 썼었습니다. 그러다 2회독을 6월 말에 시작했습니다. 국어를 늦게 시작한 그 시점에서의 제 심정은 국어를 놓고 있었던 것이 아차 싶었습니다. 이미 7월 가까이 되는 때였기에, 4개월 동안 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급하게 마닳과 이겨놓고 싸우는 법을 찾아와 2회독을 하기 시작했는데, 1회독 때보다 지적할 것이, 뜯어볼 것이 많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 '검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회독 때는 당연하지 하고 넘겼던 문장인데, 다시 읽어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겨놓고 싸우는 법에 적혀있던 대로 혼자서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다가 안되겠으면 해설집을 봤고,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국어문답을 이용했습니다. 이해가 될 때까지 매달렸었습니다.(이건 비추합니다. 여러 번의 노력에도 이해가 힘들면 3, 4회독 때 정확한 이해를 완성하는 게 시간적인 면과 에너지 소모 면에서 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이찬희 선생님께서는 문제마다 엑스, 별 등의 표시를 하며 문제마다 등급을 정하라고 했지만 저는 문제마다의 등급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엑스 표시 문제를 등한시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게 앓았던 작년 수능 1번의 답이 이제는 훤히 보이게 됐어도 회독을 반복할 때마다 그 문제를 꼭 보고 넘어갔었습니다. 모든 생각회로의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본다는 느낌으로 말이에요.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던 간에 답은 이것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따지며 정답의 근거를 확고하게 다졌습니다. 또한 쉬운 문제일 수록 더욱 매달렸습니다. 답이라는 게 확실한 선지를 맞닥뜨렸을 때 더 가뿐하게, 더 확신을 가지고 손가락 걸기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게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손가락 걸기의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선 손가락을 수없이 잘려봐야만 합니다. 그리고 답의 근거가 확실하고 안 하고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합니다. 그래야만 실전에서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걸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이찬희 선생님께 지적을 당했던 부분인데, 생각을 꼬고 꼬다 보니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사고회로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선지에 나와있지 않거나, 지문에 나와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건 위험한 기출 공부법이라고 합니다. 수능에서 판단하는 건 5개의 선지 중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냐는 것이지, 주관식이 아니니까요. 당장에 나와있는 개념이 어디에 응용될 수 있나, 이 문장이 해당 문제의 어떤 근거를 가지고 맞고 틀리고를 판단할 수 있나를 중심으로 즉, 이미 기출로 나와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기출에 나온 비문학의 소재, 주제들은 잘 숙지하고 있는 게 좋습니다. 여러 번 보다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평가원 특유의 글의 구조를 숙지하고 있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계속 접하다 보면 지문마다의 적당한 패턴이 있음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문제가 지문의 무엇을, 어떤 부분을 묻는 지를 매칭시켜보는 것도 평가원의 출제 의도를 읽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지를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은 문학에서 특히나 중요합니다. 애매한 선지들에 과감히 세모를 치고 가장 이상한 한 선지를 찾아낼 줄 아는 현안을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개연적인 해석과 개념의 확실한 적용. 문학은 특히나 해설집을 많이 이용했던 거 같습니다. 저도 문학을 해석할 때 주관이 많이 들어갔던 편이었었기 때문에 그나마 객관적이라 할 수 있는 해설집의 해석에 충실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래도 매치가 안 되는 것들은 문답을 올려 멘토님들의 설명으로 보충했고요. 최대한 내 주관을 죽이는 게 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주관이 또 아예 없으면 안 되는... 조금은 애매하죠? 저는 저런 방식으로 2회독부터 매일 비문학 요약과제 2-3지문과 함께 기출을 공부해왔습니다. 그리고 1권을 4회독, 2권을 3회독했고요. 우직하게 해왔습니다. 사실 흔들렸던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를 판단할 만한 마땅한 기준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겹기까지한 기출만 들여다 보는 게 생전 처음 마주하는 수능 지문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봤을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내 머리를 탓하며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날은 데이오프랍시고 마닳은 일시적으로 접고는 했었는데,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나름 꾸준한 공부를 해왔습니다. 잡다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해나가는 것이, 만약 흔들렸다면 얼른 제자리로 돌아와 책을 펴고 눈에 어거지로 집어 넣는 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 저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수능까지 15일이 남았더군요. 1권 4회독, 6평, 9평 검토를 그때서야 끝내고 다지기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ebs 연계를 수능 15일 전까지 하나도 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플러스알파닷과 작년 학교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프린터물로 연계 유력 후보들을 보고 수능장에 들어갈 생각이었습니다. 실제 실력은 문학 작품을 하나 더 알고 모르고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컸던 거 같습니다. 여튼 15일 이후로는 마닳 1권 2권을 뒤적거리며 조금 애매하다 싶은 개념과 아리까리한 선지들을 노트에다가 정리했었습니다. 이후에는 수능 날 당일에 가지고 갈 애매한 개념들만 모아놓은 노트를 만들었었습니다. 남은 15일 동안 플.알과 연계 프린터물을 시간 날 때마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학 작품들에 집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안 나올 수 있는 놈들이고, 나오면 좋은 거고. 그 말대로 플러스 알파라는 생각으로 작품들을 여러 번 돌려봤습니다. (근데 다 나왔더군요.ㅋㅋ 이찬희 선생님 짱입니다.) 그래 시간이 흘러 흘러 대망의 수능 2일 전. 평소처럼 공부에 집중하려 해도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집중이 불가능했습니다. 진정을 하고 와도 다시 수능 생각만 하면 심장이 쿵쾅쿵캉. 난리도 아녔습니다. 수능 1일 전. 오전에는 어제와는 다르게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됐습니다. 근데 수험표를 받아 학원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또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하는 겁니다. 작년과 같은 학교를 고사장으로 배정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떨렸던 것 같습니다. 작년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는 걸까.. 긴장하다가 진정됐다가 긴장하다가... 반복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9시에 집에 가서 씻고 짐 챙기고 이부자리에 누웠습니다. 근데 잠이 안 오는 겁니다. 심장이 계에에에속, 계----------속 뛰어서! 작년 수능의 공포를 몸이 기억하고 반응하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뒤척이면서 잠에 겨우 들면, 30분 만에 다시 잠에서 깨고. 그렇게 뜬 눈으로 1시간을 또 보내고, 겨우 잠에 또 들면 10분만에 깨고. 이걸 계속 반복하다가 4시 50에 잠이 들었는데, 5시 40분 쯤에 식은 땀으로 등 전체를 흥건히 적신 상태로 잠에서 깼습니다. 창 밖으로는 희미하게 빛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일어나 힘 없이 시험장 갈 준비를 했습니다. 아빠 차를 타고 가면서도 심장 소리가 귀에 다 들릴 정도로 심장이 심히 뛰었습니다. 아빠는 제게 청심환을 주시며 먹으라고 했지만, 내 힘으로 극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끝끝내 청심환을 먹지 않고 떨리는 발걸음으로 시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고사장에 들어가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비문학 요약을 2지문 했습니다. 이번 6, 9평에서 제 기준 어렵다고 생각했던 두 지문을 엄선해서 가지고 왔었습니다. 워밍업을 끝내고 정리해온 노트를 꺼냈습니다. 가볍에 눈으로 훑어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수능 10일 전 내게 썼던 편지를 펼쳐 읽었습니다. '시험이니까 떨리는 건 당연한 거다. 보란 듯이 즐기고 와라. 죽을 일 아니다. 이번엔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 없이만 치고 와라. 넌 최고가 아니다. 니 능력에 맞게만 나오면 되는 거다. 과한 기대는 독이다. 니가 어려우면 남들은 앓아 죽는다...' 등의 말들을 써놨었습니다. 읽으니 이상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조금 남아 플러스 알파를 봤습니다. 그리고 시험장에 아는 사람이 여댓명 정도 됐었고, 작년에 이미 와본 공간이라 그런지 긴장감이 많이 죽어 어제보다는 훨씬 나았었습니다. 어찌 보면 하늘이 도왔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가방을 앞에 내고, 유의사항 듣고, 샤프랑 컴싸 받고, 시험지와 답안지 배부 받고까지 다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험 5분 전 인쇄 상태 확인을 위해 시험지를 펼쳐 내부를 확인했습니다. <오 화작문은 뭔가 새롭긴 한데, 오 철학 나이스~. 문학 다 연계잖아..? 와 국제법! 나 법정러! 와 비문학 껌이겠는데? 길이 넘 짧아!>라 생각하고 시험지를 덮었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첫 페이지에 집착하지 말고, 술술 풀자.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고, 1, 2, 3번이 뭔가 애매했지만 빠르게 체크했습니다. 이후에는 글이 술술 읽히길래 술술 읽었습니다. 수능인지 모의고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니 차라리 모의고사일 때가 더 떨렸던 거 같네요. 화작문 풀고, 철학 비문학 풀고, 문학 다 풀고, 비문학 긴 거, 남은 짧은 거 하나. 이 순서대로 풀었습니다. BMI 지문의 3점짜리 응용문제 하나를 남겨놓고 10분 넘게 남았길래 일단 마킹과 가채점을 했습니다. 그리고 애매하게 넘긴 1, 2, 3번을 다시 보니 1번을 잘못 풀었더군요. 그래서 고치고, 2, 3번 점검하고, 다른 별표한 문제(문법, 문학)들 점검하고, 하나 남겨놨던 한 문제로 돌아오니 3분 정도가 남았길래 풀어볼까 했더니 이미 다른 문제들을 돌고 와서 그 지문이 잘 기억이 안 났습니다 ㅎㅎ;; 그래서 2번인가 3번인가로 찍고 마킹을 끝냈습니다. 그렇게 제 2020 수능 국어 영역 시험이 끝났습니다. 긴장 하나도 안 됐고요. 느낌이 좋길래 전 100점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ㅋㅋ 그 좋은 느낌 그대로 다른 시험들도 다 잘 치뤘습니다. 작년과는 사뭇 다른 레퍼토리이죠. 가족들과 밥 다먹고 가채점표를 돌려보니 수학에서 실수가 2개나 났더군요... 국어는 100점인 줄 알았는데 92점이었고요.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험이긴 합니다. 국어와 관련해서 두 감회가 들었습니다. 하나는 백점이 아니라는 사실에 허무함을 느꼈고, 또 다른 하나는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마닳, 나의 겸손, 끈기, 용기를 일깨워준 별 거 없는 기출입니다. 이겨놓고 싸우는 법, 공부와 관련된 사안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별 거 아닌 책자입니다. 이찬희 선생님, 한 명의 제자로서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들을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해주시고 성의있는 답변 달아주셨던 이혜린, 임정준, 임송은 멘토님과 학습보고를 할 때마다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던 박정현, 이수정 멘토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적고 보니 글이 매우 정신없이 긴데... 못한 말들이 그래도 많네요. 마닳 맨 뒤페이지에 있는 후기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 제 마음을 전해보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참고로 6평 9평 수능 성적은 현역 2 2 4 재수 3 2 1 입니다.

(멘토)박정현 19-12-09 03:46

그동안 수험 생활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학생이 살아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손으로 이뤄낸 성취는 또 다른 성취를 향한 발판이 됩니다.
마무리 잘하셔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
고생 많았어요. 앞으로도 파이팅! 그동안 수험 생활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지금의 경험은 앞으로 학생이 살아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손으로 이뤄낸 성취는 또 다른 성취를 향한 발판이 됩니다. 마무리 잘하셔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 고생 많았어요. 앞으로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