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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후기 (읽기전용)

[2022수능후기] 늦게 깎은 연필 (1)
글쓴이 : Hvaxian | 날짜 : 22-01-11 04:44 | 조회 : 1068

저는 27살에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수험생입니다. 제가 처했던 상황도, 그에 따른 공부 방법도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딘가엔 저와 같은 학생들도 있을 것 같아 긴 후기를 씁니다. 2021년 2월 17일 공부를 시작했고 이 때 제 실력은 소위 말하는 노베이스 고3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한참 전에 대학 생활도 해봤고, 군 복무도 마친 시점에서 마음 속의 꿈을 향해 지금 뛰어들지 않는다면 크게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진학을 목표로 한 학과 특성상 다른 친구들이 수학 공부하는 시간을 국어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국어의 반영비율과 중요도가 아주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부담도 컸습니다. 독학재수학원에서 주 6일,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공부했고 그 중 7시간 이상을 국어에 쏟아 부었습니다. 유명 인터넷 강의를 듣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장에서 믿을 것은 오직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일 것이라는 생각에 마닳과 함께하는 수행의 길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적중했습니다.

* 모의고사 원점수 : 6월 81점 (3등급) / 9월 95점 (3등급)


[대략적 국어 루틴]

(1) 아침 비문학 요약과제 2장 - (2) 마닳 화법과 작문 1일치 - (3) 화법과 작문 (EBS 수능 연계교재) 2지문 - (4) 마닳 1권 1회분 문제풀이 - (5) 독서 지문 다시 읽기 및 놓친 부분 파악 - (6) 해설지 참고 오답노트 작성 - (7) 사설 주간지 문제 풀이 - (8) 오후 비문학 요약과제 2장 - (9) 수능 연계교재 문학 작품 읽기 - (10) 마닳 2,3권 반회분 문제풀이 - (11) 독서 지문 다시 읽기 및 놓친 부분 파악 + 산문 작품 지문 및 줄거리 다시 읽기 - (12) 수능 연계교재 독서 지문 읽기

* 9월 모의고사 이후에는 6/9월 모의고사 다시 보기, 플러스알파 회독 과정도 추가 되었습니다.
* (4), (5) 과정은 9월 이후에는 실전 모의고사와 모의고사 다시 읽기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체감상 실력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과정은 차분하게 독서지문을 다시 읽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글에 담긴 정보를 최대한 많이 읽어내고 추론할 수 있어야, 시간 제약이 생겼을 때도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모든 문장에 담긴 정보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려 하고, 약간이라도 아리송한 단어는 검색해 정리했습니다. 국어에 투자할 시간이 많지 않은 경우라도, 시간제한 연습과 차분히 다시 읽기 과정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력이 떨어져서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에는 고전시가나 문학 연계 작품들을 재미삼아 읽었습니다.


[시간 배분과 믿는 구석]

화법과 작문 12분 내외 + 문학 25분 내외 + OMR 마킹 3분 (총합 40분 이내 목표) = 독서 40분 이상 할애

제 전략은 “나머지 파트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남는 시간을 모두 독서에 쏟는다”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느냐입니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정확도를 희생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40분 내로 화작과 문학을 오답없이 끝내고 독서를 상대할 수 있다면, 꽤 승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오랜 기간 시간 부족이라는 현실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시간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9월 모의고사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나만의 확실한 강점을 가졌기에 가능했습니다. 한 회당 30분 이상이 필요했던 문학 파트를 오답 없이 23분 가량으로 주파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국어 시험 전반에 관한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마닳 해설지를 참고한 문학 오답노트였습니다. 막연하게 읽히던 선지의 의미가 마닳 해설지에는 명확하게 나와 있었고, 이를 하나씩 따 노트에 적어갔습니다. 선지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수험생활에서의 전환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학 문제에서 모든 선지의 의미를 명확히 알게 되면 손가락 걸기도 당연해 집니다)


[매일매일]

제가 공부를 시작한 2월 17일부터 수능 시험 당일인 11월 18일까지, 휴일인 일요일을 제외하고 평가원 기출문제를 보지 않은 날은 6월 모의고사 다음 날인 (생각정리가 필요했던) 6월 4일 단 하루뿐입니다. 마닳 1권부터 3권, 22학년도 6/9월 모의고사까지 정확히 50회 분의 시험지를 학습재료로 삼았습니다. 2권과 3권은 3-4회독 정도 반복학습했고, 1권은 몇 번을 보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문제를 다시 보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았습니다. ‘이겨놓고 싸우는 법’의 우직하게 바보처럼 공부하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던 저는, 6월 이후로 ‘그냥 이해도를 올리자”하는 마음으로 반복학습했습니다. 적어도 지난번에 놓친 어휘 하나라도 잡아내겠지 하는 생각으로, 비효율적이고 막연하게 공부했습니다. 사실 그러면서도 계속 학습과정에 대해 성찰하게 되기 때문에, 공부의 밀도는 꽤 올라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반복학습과정에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상 베오베 모의고사와 플러스 알파]

저는 가장 유명한 세 회사의 실전 모의고사를 총 20회 분 풀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상상 베오베 모의고사를 가장 추천합니다. 제가 마닳과 그 해설지 위주로 공부했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접하는 평가원 기출문제와 가장 이질감이 적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난이도나 변별력이 낮지도 않으면서, 글을 차분하게 다시 읽었을 때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갸우뚱 하게되는 문항도 적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주 주관적이며 미묘한 차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수능 전 주에 상상 모의고사의 지문들 만큼은 한번씩 다시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세 회사의 모의고사 평균 성적을 각각 계산해 본 결과, 상상 베오베 모의고사의 점수가 올해 수능 원점수와 가장 가깝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두툼한 플러스 알파를 수령하고 처음 펼쳤을 때 저는 상당한 만족감을 받았습니다. 시중의 EBS 문학정리집들과 비교했을 때, 산문작품들의 줄거리가 더 상세하고 풍부하게 서술되어 있었고, 시어의 해석과 참고점들도 많이 실려 있었습니다. 작품과 관계되어 지금까지 본 내용이 아닌 새로운 읽을 거리들도 있었기에 공부할 맛이 나는 교재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외된 작품 수도 적어서, 사실상 플러스 알파 회독으로 문학연계를 완전히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11월 18일과 그 이후의 생각들]
11월 18일 아침, 한 시간 정도 시험장에 먼저 도착해서 비문학 요약 과제 3개 정도를 읽고 화장실도 다녀왔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했다는 생각에 시험 시작때 까지는 그리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파본 검사때 확인한 독서 지문의 길이가 예상보다 너무 짧았습니다. 무의식적으로 9월 모의평가처럼 ‘실수를 줄여야 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잘못된 예측이 하루 온 종일 저를 괴롭히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난이도는 아주 낮은데 나만 긴장감 때문에 문제를 못 풀고 있다’는 생각에,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거대한 좌절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평소보다 2분을 더 쓰고도 두 문제의 답을 못 찾은 채로 화작문을 넘겨야 했습니다. 문학 문제 또한 평소처럼 명확하게 답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문학에서만 체감상 세 문제 정도를 확신없이 골라야 했습니다) 독서 경제지문은 사실상 읽지 못했습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보고 대비하고자 하겠지만, 실제 시험장의 경험은 더 극단적일 수도 있습니다. 10시 정각이 되었을 때, 저는 진지하게 꿈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포기각서를 쓰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고, ‘이미 망한 시험’이라는 생각에 그 이후의 시험들에서의 의욕도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저는 후기를 적고 있는 1월 중순의 지금까지도, 수능 시험 지문들을 다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떠올리기에 너무도 끔찍한 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적은 내용들과 노력한 시간들이 거대한 파도를 막아주었습니다. 믿는 구석인 문학을 오답없이 24분만에 주파했고, 덕분에 독서에 40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심리적으로 밀리더라도 마지막 독서 지문을 남겨두고 OMR마킹을 했습니다. 막힌다 싶은 문제들도 결국 표시만 해두고 넘어가면서 시험을 운영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철칙들이 최악의 과정 속에서도 1등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방식들을 적용해보며 원칙으로 만들고, 그것을 단순화하면서 철칙을 만드는 과정이 어쩌면 수능 공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절망적이라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포기했다면 성적표에는 1이라는 숫자없이, 그저 중도포기자라는 글자만 찍혔을 겁니다. 그리고 결과를 떠나 타협하고 포기하는 순간, 내 삶과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답은 얻을 수 없게 됩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부터 끝까지 싸운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임하다보면 이전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인함은 제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공부를 시작하던 시점에서 세웠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올해의 제가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마닳이 수행을 위한 터와 가르침을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많은 수험생 후기들과 마찬가지로 이찬희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가 갈 수록 무거워지는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서, 지난 해의 저와 같이 이 책으로 도전을 시작하는 분들께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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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이아랑 22-01-11 20:10
다시 도전하신 용기와 노력들이 많은 빛을 발했네요, 정말 박수 보내드리고 싶어요.
자세한 1년 일정들과 후기는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년 동안 정말 수고하셨어요. 이제 푹 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