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 [2015수능후기] 1에서 3으로, 뭐 어때 ㅋㅋ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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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양반 | 날짜 : 14-11-23 03:34 | 조회 : 109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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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조졌다. 항상 1등급의 내 국어 성적은 작년도와 마찬가지로 3등급이 되었다. (작년은 4등급이었다.) 어찌보면 국어때문에 재수를 했건만... 돌이켜보면 참 파란만장했다. 정말 기출만이 답이라는 생각으로 기출만 드립다 팠다. 파고 또 팠다. 마닳 1,2권 3회독은 물론이거니와 시험지크기로 2007-2014년 모든 기출문제를 다시 뽑아서 풀고, 2015년 6,9월 문제를 수도없이 풀고, 또 다시 기출문제를 다시 풀었다. EBS 거들떠도 안봤다. 길이 보였다. 이것이 국어구나. 싶었다. 사실 비문학이 정말 그랬다. (올해 비문학 1개 틀렸다.) 매일매일 2개씩 했던 비문학 요약지문은 아직도 버리지않고 모아두었다. (아마 버리지 못하겠지... 좀 신기한건, 사실 대학별고사에서의 논술이 비문학요약지문과 그 성격이 너무도 유사하다는 점이다.) 막판엔 플러스알파닷을 팠다. (내용이 참 재밌고 훈훈해서 기억해두었던 현대시... 이것은 상승적 이미지의 시구나 라고 기억해두고 푼 것이 화근이 되버렸다. 문학에서 크게 발렸다.) 그리고 작년의 주변상황에 망쳤던 기억, 다시 되돌이켜 생각했다. 그리고 정신병적으로 시끄러운 상황, 공부하기 힘든 상황들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모의고사를 풀었다. 그렇게 시험을 봤다. 잘 본 줄 알았다. 틀려봐야 1,2개 일거라 생각했는데 가채점해보니 이게 왠 걸 83이다. 허허 웃음이 나왔다. 이게 과연 내 점수인지 잘못 매긴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맞더라. 내 점수. 하지만 아쉽다는 생각도 이내 잠시,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해서 잠도 못들던 수능 전날, 내가 나에게 암시한 건 딱 한 문장이었다. '최선을 다하자. 그것만으로 족하다. 최선을 다하자.' 그래, 난 시험장에서 최선을 다했다. 작년 수능때 내 옆에서 다리를 떨자, 멘붕으로 시험을 망쳐버린 그 때처럼이 아니라, 정말 최선을 다했다. 용감하게 신채호에게 덤볐고, 칸트에게 주먹을 날렸다. 관동별곡을 사정없이 벴으며, 무영탑에서 아사녀를 목청껏 불렀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넌 이미 최고다. 너가 2014년, 국어와 함께 보낸 시간은 참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날 지배했다. 어찌되었건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1년간 날 옥죄었던 2015년 11월 13일의 8시 40분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수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맞다. 나 지금 스무살이지.' 재수를 하는 동안 내가 스무 살임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저 19살의 교복입은 내 모습 그대로가 날 가르치고 있었고, 나의 청춘, 20살의 모습은 기억에서 도려낸 듯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21살이다. 재수를 한 사람은 모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19살에서 바로 21살이 된 듯한 이 기분. 묘하다. 이제 진짜 내가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고 살아야하는 방법을 찾을 때가 눈 앞에 도래했다. 며칠 전에 내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 모의고사 풀고싶다.' 대체적으로 어의없는 반응이더라. 하지만, 난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정말 끝도없이 다양한 직업의 길들보다 모의고사 점수하나로 평가하는 이 길이 오히려 '그리워'지더라. 3수할까라는 미친 생각도 잠시 들더라? 하지만 이찬희 선생이 남긴 말씀처럼, 그건 자해행위다. 내 인생을 좀먹는 도피행각이고, 내 젊음에 대한 구속영장이다. 이제 내 앞에 채워갈 스케치북들이 놓여있다. 1년간 재수동안 참 배운게 많았습니다 ^^ 라는 뻔한 거짓말, 하지 않겠다. 오히려 1년간 난 잃은 게 많았다. 내 입가의 웃음이 그랬고, 어머니의 무릎 관절이 그랬고, 아버지의 담뱃값이 그랬다. 하지만 이것또한 어쩌겠는가? 지나간 일이다. 자격지심따윈 나의 앞길에 하등도움되지 않는다. 오직 내일 아침의 나에게 건투를 빌 따름이다. *정신병같은 글이라서 죄송합니다. 새벽이라 두서없이 이리저리 썼네요. 하지만 이찬희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1년동안 마닳 해설지를 보며, 참 감사함을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받은 성적 1+1+1 = 3 등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 그리고 이 글은 수능 후기라서 후배들에게 힘을 준다기 보다는 국어를 망치신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글입니다. 찬희 샘 말대로 인생 별거 있습니까? ^^ 기죽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삽시다. |
- 명곤님 14-11-23 22:42
- 저는 현역인데 국어는 터지지 않았으나 과탐이 터져서 재수생각하고 있던 한 등신인데... 저도 과탐 채점할때 들던 생각이 그거더라고요. 이거 내 점수 아니야. 잘못매긴거겠지. 하던 의구심... ㅠㅠ 공감갑니다. 그래서 수능다음날까진 과장좀 크게 보태면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인생 별거 없다는 마지막 멘트가 와닿네요 흑흐규ㅠㅠ
- 이찬희 14-11-24 14:04
-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쉬운 점이 많겠지요.
그래도 씩씩해 보이니, 보기에 좋군요.
"나름대로 할 만큼 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그때그때의 현실에 충실할 수 있기를...
남은 입시 일정 잘 소화해내고,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김얘슥 14-11-28 09:39
- 맞아요정말 기출하다보면 비문학은기출이구나... 이런생각이드는데 솔직히 문학은 좀 그렇더라구요 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