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 [2015수능후기] 22232- > 31332 -> 21111 두 번의 고배 끝에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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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rootkim | 날짜 : 14-12-03 21:37 | 조회 : 2490 | ||
    안녕하세요.저는 고3 현역-독학 재수-독학 삼수를 거친, 이번으로 3번째 수능을 치른 부산의 한 수험생입니다. 인생의 첫 쓴맛을 본 게 바로 고3 시절이었죠 저의 모교는 학년 당 일부 인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공부를 좀 한다는 친구들이었죠. 저도 그 틈에 운 좋게 끼어 고3 시절을 우쭐하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기숙사에 소속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취한 나머지 저는 정작 제 공부에는 소홀히 하고 마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EBS만 열심히 풀고 기출 문제는 대충대충 시간이나 재서 풀고, 매기고, 버리면서 건성건성 언어 영역 대비를 했던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첫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언어 영역이 매우 쉽게 출제되어 1년 내내 3등급 언저리를 진동하던 제 점수는 2등급 끝자락에 걸치게 됩니다. 평소 모의고사 점수에 비하면 아주 잘 나온 점수였지만 겸손이라는 것을 몸소 배워본 적이 없던 철없는 시절이었기에 ‘그래도 내가 기숙사니까’ 받아야 할 점수에는 턱도 없는 수준이었죠. 이어질 내용이지만 돌이켜보면 그러한 생각은 재수생활 전반을 말아먹은 못돼먹은 태도였습니다 ㅠㅠ 그렇게 첫 수능을 마치고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 때문에 좌절하긴 했었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리며 자연스럽게 재수의 길에 올랐습니다. 여기가 가장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재수생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재수해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2월 말쯤 새로 공부를 시작할 때의 그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기 때문에 비현실적 낙관을 하게 되죠. 더군다나 특히 제 경우에는 그게 더 심했어요. (실제로는 실력이 향상된 게 아닌데도) 수능 때 성적이 향상된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3 때의 잘못된 공부 방법, 즉 EBS만 열심히 보고 기출문제를 등한시하는 방법을 재수 때도 그대로 가져가게 됩니다. 역시나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찼던 저는 ‘그래 뭐 어차피 이제 언어 영역도 아니고 국어 영역 B형인데 기출문제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라고 합리화를 했습니다. 그렇게 당연히, 재수니까 성공할 줄만 알았던 두 번째 수능 결과 역시 암담했습니다. 논술도 다 떨어지고, 결국 점수에 맞춰 정시 원서를 냈던 대학에 합격했지만 도무지 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못 했던 학과였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도 들었습니다.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죽더라도 한 번 더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끝내 저는 삼수 허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능이라는 것이 한 번 더 한다고 반드시 잘 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지난 두 번의 입시로 뼈저리게 느낀 것이었습니다. 과정에 변화를 주어야 결과도 바뀌기 마련이라고 생각했고 전 과목에 걸쳐 실패 원인 분석을 하고 새로운 공부 방법을 정립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딱 한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재수에 성공했던 친구들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국어 공부는 기출 문제가 진짜다. 마닳을 해라.’ 더는 잃을 게 없었으므로 저는 그 말을 따랐습니다. 이겨놓고 싸우는 법에 나와 있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며 꾸준히 진도를 나갔습니다. 아직 대학도 못 가고 이 짓을 또 하고 있다니.. 너무 서러워서 공부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을 만큼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수 때는 공부를 똑바로 안 해서 그런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슬럼프 자체가 없다시피 했는데, 삼수를 시작하고 나니 재수 때도 없었던 슬럼프가 한 번에 확 몰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옥 같던 1년이 지나가고 2014년 12월 3일 오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국어 영역 B형 백분위 92에 2등급. 다른 분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점수입니다. 아마 막판에 실전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멘탈이 무너질까봐 10월에 사설 모의고사를 한 번밖에 치르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저는 만족합니다. 여담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에 ‘남김없이’ 형광펜 표시를 하고 다음에 복습할 때 활용하는 것은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몰랐나요 ㅠㅠ 그래서 재수를 말아먹었나? 마닳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이렇게 좋은 학습 컨텐츠가 더욱 널리 알려져야 저처럼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지방 학생들도 성적을 올릴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메타포 14-12-04 14:18
- 진짜 축하드립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네요 수고하셨어요!!!
- rootkim 14-12-04 15:38
- 감사합니다 ㅠㅠㅠ 삼수 치고 썩 잘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 굉굉곰 14-12-05 18:39
- 아무래도 재수 해야 할 거 같은데 수능 한 번 더 한다고 반드시 잘 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두렵네요.. 솔직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 rootkim 14-12-05 19:32
- 고맙습니다 !! 사실 재수 고민 하고 계신 분들은 거의 한 번 더 해볼 마음이 있으신거겠죠. 최종적인 판단은 당연히 본인의 몫이겠지만 꼭 해야겠다 싶으시면 반드시 공부 방향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ㅠㅠ 저처럼 똑같은 방법으로 잘못 했다가 깨지면 안되니까요. 어떤 선택이든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