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재수생입니다. 작년에 그 유명한 B형 불국어... 때문에 재수를 했는데 올해는 국어 B형 100점으로 재수생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네요ㅎㅎ 재수학원에서 <마닳>로 국어공부하고 뒤에 후기 읽으면서 눈물도 흘리고 이 갈면서 자극 받고 한 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ㅜㅜ
재수생이라서 컴퓨터 쓰기가 좀 불편해서 학습보고를 한 번도 못했지만 저 1권 3.5회독, 2권 3회독, 3권 3.5회독 했습니다. 진짜 <마닳>만 믿고 2월부터 빡세게 공부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거 같아서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이찬희 선생님.
그러면 2017학년도 입시 치르실 분들께 미약한 도움이나마 드리고 싶어서 제 경험과 당부드릴 점에 대한 글 올릴게요.


1. 고3 때

저는 제주도에 살아서 별다른 국어학원도 못 다녀봤고요, 입시 커뮤니티는 잘 챙겨보지 않는 편이라서 <마닳>이란 책의 존재도 몰랐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평가원 기출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셔서 2009학년도 것부터 겨울방학 때부터 수능 전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기출문제 뽑아서 6회독 정도 한 것 같네요. 그런데 문제는 해설지가 없어서 틀려도 제가 왜 틀렸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답만 맞춰보고 모르는 것은 저 혼자 고민하고 안 풀리는 것은 선생님들께 질문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유명 강사의 인강도 들어봤습니다. 그때는 진짜 국어가 무엇인지 몰랐던 때였으니까 나름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인강 듣고 국어 성적도 꽤나 올랐고 2015학년도 6평 97점, 9평 100점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국어를 공부하고 내공이 쌓이면 쌓일수록 뭔가 부족하고 찜찜한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이해가 안 되고 저 스스로 설명이 안 되는 선지가 줄어들기는커녕 공부하면 할수록 늘어났습니다.(<마닳> 푸시는 분들도 1,2회독 하실 때는 이런 거 느끼실 거예요ㅋㅋ) 그 때 제가 지금도 후회하는 게 제 실력이 모자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을 부정하고 도피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2015학년도에 나온 모든 사설, 교육청, 평가원 문제 모두 다 쉽게 나왔습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점수 인플레이션이 계속 있었는데 저는 그걸 근거로 ‘난 국어 잘해. 옛날 평가원 문제들이 더럽게 나온 것일 거야’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넘어간 문제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죠. 모래 위에 지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튼튼하지 않은 누각. 점수 인플레이션 속에 자만심에 취해서 정신 못 차리고 수능 보러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5학년도 국어 B형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쓸려서 그 누각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제가 맞힌 문제들도 어떻게 풀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멘붕해서 풀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정시 원서를 냈는데, 문이 제 눈앞에서 닫히는, 말로만 듣던 최종 예비번호 1번이라는 진기한 경험도 하고 재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2. 재수할 때

강남에 있는 한 재수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자습할 때 보니 거의 모든 애들이 <마닳>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원 교재인 줄 알았는데, 짝꿍한테 물어보니 국어 문제집이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좋길래 애들이 다 갖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짝꿍한테 빌려서 <이겨놓고 싸우는 법>이랑 <지문 읽는 법>을 읽어봤습니다. 그 때의 충격이란....ㅋㅋ 이찬희 선생님이 제 옆에 앉아서 따끔하게 절 혼내고 잔소리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날 바로 <마닳> 1~3권, <이겨놓고 싸우는 법>, <지문 읽는 법>을 주문했습니다.
진짜 해설집을 외워버린다는 각오로 열심히 봤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공부하기 싫거나 아무리 아팠던 날이라도 <마닳> 1회씩은 풀고 해설집까지 보고 놀던지 쉬던지 했습니다. 그렇게 쉼없이 공부하다 보니 6평 지나고 9평 지나고 수능이 다가왔습니다.


3. 실전에서

아침에 시험장에 7시 40분 즈음에 도착해서 비문학 지문 4개 정도 풀고 주변 정리 하고 같은 교실에 있던 재수생 친구들이랑 학교 후배들과 인사하면서 마음 편하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시험지 받으니 긴장되더군요. 그 때 마인드컨트롤 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 것보다 어렵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 이미 이긴 싸움이고, 깃발 꽂는 일만 남았다. 시험을 즐기자.”라고 중얼거리면서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화작문은 새로운 유형이 나와서 좀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잘 풀었던 것 같습니다. 비문학은 4지문 중에 처음 2지문은 잘 풀었는데 뒤의 2지문이 막히더군요. 그 때 멘붕이 올 뻔했지만 ‘그럼 이건 남들도 어렵겠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문학은 생각보다 쉬워서 가볍게 풀었습니다. 그렇게 한번 쭉 보고 나니 30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비문학 지문 막히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하게 패스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비문학 2지문 침착하게 보니까 30번 빼고는 그래도 풀리긴 해서 다 풀고 마킹까지 하니 20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5분 정도 고민하다가 올해 마닳 후기에 ‘역 손가락 걸기’를 써서 문제 맞으신 분이 있던 것이 기억나서 30번은 과감하게 ‘역 손가락 걸기’를 썼습니다. 1~4번이 확실하게 아니니까 답은 5번이구나 하고 마킹하고 검토로 넘어갔습니다. 끝나기 10분 전에 검토하다가 화작문 어이없는 실수한 것 2개 발견하고 고쳤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80분이 지나간 후에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친구들, 후배들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가 본 국어 시험 중에 제일 어려웠다.”라고 하고 다녔거든요. 저한테 답 좀 맞춰보자고 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서로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가면서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고 생각하고 세수하고 수학에만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과목들 끝날 때마다 그랬고요.



4. 공부 방법

저는 재수하면서 인강을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국어는 아예 듣지 않았고요. 국어는 학원 혹은 학교 수업이랑 <마닳> 해설집이면 충분합니다. 대신 <마닳> 해설지에 있는 내용은 완벽하게 숙지하셔야 되겠죠.
저는 1권부터 3권까지 3회독씩 하면서 해설집의 내용을 다 외워버린다는 각오로 체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능 시험장에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긴장되고, 시간에 쫓기고 하니까요. 그래서 직관적으로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데, 그 직관을 기르는 방법이 평소에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가장 쉬운 방법이 <마닳> 해설집의 내용을 체화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체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1회독 때는 퍽퍽하게 느껴지던 해설집의 내용이 3회독을 할 때가 되면 굉장히 부드럽게 읽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면 체화가 잘 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마닳>을 열심히, 꾸준히 하신 분들이라면 9평 이후가 되면 웬만한 문제들은 다 기억이 나실 겁니다. 그러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워요. 저도 그랬고요. 문제를 풀고 있지만 생각하며 풀기보다는 기계적으로 풀고 있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낯선 문제를 가끔씩 풀면서 자극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낯선 문제로 EBS, 교육청, 사설 모의고사 등등 여러 가지를 풀어 봤는데 교육청 모의고사 문제가 평가원 문제보다는 아니지만 그나마 가장 깔끔한 것 같습니다. 평가원 기출 70, 교육청 모의고사 30 정도의 비율로 공부를 하니 여전히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계속 자극을 받으며 막판 스퍼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EBS 정리는 <플러스알파닷>이면 충분합니다. 굳이 혼자서 따로 정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겨놓고 싸우는 법> 뒤에 있는 고전시가는 어느 정도 봐두시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모자라다면 <플러스알파닷>에 있는 작품만 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마닳>을 열심히 푸신 분이라면 기본기가 탄탄할 겁니다. 그러면 작품 해제나 주제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해석이 어렵지 않아요. 다만 고전시가는 옛날 말로 써져 있기 때문에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있으니까 <플러스알파닷>에 나온 고전시가는 꼼꼼히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문학은 어떤 책을 보든 ‘친숙함’ 정도의 효과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정리를 하는 것보다는 <마닳>로 기본기를 탄탄히 하시는 게 좋아요.
문법은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고 거기다가 정리하고 수능 전날까지 꾸준하게 보시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문법 문제는 <보기>에 단서들이 다 나와 있다고는 하지만 문법 내용을 확실하게 숙지하신 분들이라면 문법 문제에서 오히려 시간을 단축하실 수 있습니다. 화법하고 작문 파트보다는 문법 파트에서 시간 줄일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 말씀 드리고 싶네요.


5. 실전 Tip

실전은 정말 떨리죠. 인생이 걸려 있잖아요. 그 때 대범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학원 국어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것이 “이번 국어 등급컷은 90점입니다.”이에요. 수능 등급컷이 90점일 거니까 한 문제 막힌다고 그것에 집착하지 말란 겁니다. 과감하게 넘어가고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다시 돌아와서 푸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하면 뒤에 문제들을 제대로 못 푸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제가 고3일 때 비문학에 집착하다가 현대소설이랑 현대시 파트는 읽지도 못하고 찍은 친구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손가락 걸기’와 ‘역 손가락 걸기’를 활용하세요. 수능 볼 때 정말 유용하게 썼습니다. 애매한 선지를 정당화하려 하지 마시고 분명한 것만 판단하고 넘어가세요. 이찬희 선생님 말씀처럼 시험에서는 ‘맞히면 장땡’입니다. 평가원이 풀이과정까지는 안 물어보니까요. 그리고 정말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도저히 못 풀겠다 싶으면 ‘역 손가락 걸기’를 써 보세요. 저도 이번 수능 30번 풀 때 이것 덕 좀 봤습니다.
수능 시험장에서는 자신의 직관을 믿으세요. 만약 두 선지가 헷갈리는데 명확한 근거를 못 찾겠다 싶으면 그냥 직관대로 푸세요. 그리고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세요. 평소에 열심히 공부했고 논리를 찾는 훈련을 했으니까 그것이 직관으로 나타나서 정답을 찾아줄 겁니다.


6. 당부드리고 싶은 점

여유를 가지고 공부하되 이것만큼은 알아주세요. 세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넓습니다. 저도 재수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여러분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공부를 잘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쉴 땐 쉬더라도 공부할 때는 정말 집중해서 공부하세요.


7. 이찬희 선생님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국어선생님이 꿈인데 국어 성적이 제일 낮아서 걱정했는데 올해 <마닳> 공부하면서 실력이 정말 많이 는 것 같습니다. 수능 시험 끝나고 집에 와서 가채점했을 때 국어 100점인 거 보고 아빠랑 얼싸안고 실컷 울고 나니 <마닳>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나더라고요. 공부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 해 준 책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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