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후기 (보관용)
| [2016수능후기] 마닳로 이루어낸 B형 97점 백분위 9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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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고경수 | 날짜 : 15-12-10 23:21 | 조회 : 1398 | ||
  인강이나 학원 하나 없이 마닳만 파서 수능 국어 B형 원점수 97, 백분위 99를 맞은 현역 학생입니다. 마닳로 국어공부하면서 진짜 하기 싫거나 힘들 때면 1권 맨 뒤에 있는 후기 펼쳐보면서 나도 수능 잘봐서 수능후기 써야지 생각했었는데 정말 쓸 수 있게 됐네요. 원래부터 국어를 못하던 편은 아니었으나, 수능 국어 공부를 하면서 진짜 국어 공부가 뭔지, 학교에선 그냥 문학작품이나 읽고 문법이나 배우는 것 같았던 국어라는 과목이 실제로는 어떤 사고력과 생각을 요구하는지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후기를 써봅니다. 1. 마닳공부 총 횟수로만 따지면 1권 4회독, 2권 8회분까지 4회독, 플러스알파닷 3회독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마닳 공부를 하면서 반드시 견뎌내야할 두가지 산은, 처음 1~2회독 과정을 거치며 마주하게 될 엄청난 사고력의 벽(?)과 반복 학습을 하며 들 수 밖에 없는 지루함과 익숙함입니다. 이 두가지를 이겨내고 계속 새로운 틈을 찾아 파고들어야 마지막 하나까지 챙기는 국어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1~2회독 (혹은 3회독까지도)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고력의 한계는 문제를 풀 때는 너무너무 짜증나고, 그냥 책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팍팍 들게 하지만, 사실 이 한계를 부숴야 수능까지의 국어공부에 있어서 필요한 가장 크고 단단한 주춧돌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꾹 참아야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마다 어떤 지문이 리얼슈퍼하드한 난이도로 다가올지는 다르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슈퍼문, 전향력, 귀의소리, 할인율 지문이 그런 지문이었습니다. 몇회독을 하던간에 마지막까지 풀이과정에 있어서 뭔가 조금이라도 개운하지 못한 지문이 있다면 그런 지문들은 수능날 아침까지도 고민해야하고, 반드시 확실하게 해결해야 하는 지문들입니다. 앞서 말한 네가지 지문중에서는 전향력 지문이 특히 그랬습니다. 처음 지문의 3점까지 활용 문제를 풀 때는 아무리 고민해도 풀 수가 없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생각하다가 풀이를 펼쳐보았을때도 납득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엄청 고민하는 와중에 아! 하면서 풀리는 것도 있었고, 그냥 평소처럼 풀다가 갑자기 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렇게 하나하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제를 자꾸 고민하고, 명쾌하게 풀기 위해 노력하는 1분 1초마다 사고력은 조금씩 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마침내 문제가 풀리면 그때 느끼는 성취감이 좋아서 그것 때문에라도 해설지를 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꼭 그 성취감과 보람 느끼시면 좋겠어요. 물론 한번 풀렸다고 해서 곧바로 해설지처럼 정리가 짠 하고 되는건 아닙니다. n회독을 거치는 과정에서 거칠었던 사고력이 점점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면서 마지막에는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정확하게, 평가원이 원하는 방향대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마닳에서 강조하는 체화의 단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넘어야할 산은 n회독 과정에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보던 문제를 또 보고 또 보면서 저절로 드는 지루함과 익숙함, 새로운 문제에 대한 갈증입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n회독을 하라고 하니 하기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냥 똑같은 수준의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저도 4회독 할 때 쯤 졸면서 풀어도 다 맞을 만큼 (아마 대부분의 마닳 공부하신 분들이 그랬겠지만) 들여다보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중요한건 이 반복에 지쳐 기출문제에서 뭔가를 더 찾아내지 않으려 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1~2회독 동안 하는 사고력의 한계를 부수는 공부는 엄청난 성취감을 가져다주지만, 1단계의 성취감이 끝나고 ‘이 문항에 대해서는 해설지를 펼쳐보지 않아도 해설지 수준으로 친구에게 설명할 수 있다’ 정도로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더 얻어내는게 없어져 괜히 불안해지고 현재의 공부에 대한 회의가 들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10월, 11월의 마닳 공부에서 가장 걸렸던 부분이 이거였습니다. 분명 다 설명해줄 수 있는데 그냥 왠지 덜한 느낌? 이 느낌을 없애기 위해 수능 전날까지도 계속 기출 분석을 했습니다. 처음에 이싸법에 나온대로 뼈대를 잡고 흐름을 잡는 것이 확실히 다져졌다 느끼고 문항의 선지구성 등의 세세한 부분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선지가 지문의 어느 문단의 어느 문장들이 섞여서 만들어졌는지, 무슨 개념을 묻고 싶어 하는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꼬았는지, 출제자가 원래 어떤 선지를 만들려고 했었는지가 서서히 보였습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기출 분석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니 정말 내가 해야할 공부를 다 하고 들어간 기분이었기 때문에 쫄릴 것 없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문제에 대한 갈증은 당연히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실전 모의고사만 풀어야지, 새 문제 풀어야지’ 생각하기 전에 한번만 더 의심해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기출에서 정말 놓친 것이 없는지,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뽕을 뽑은게 맞는지,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가 한 공부는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걸리는 부분 없이 넘어갈 수 있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느쪽이 시험장에 들어갈때 더 개운한 기분을 주는 공부일지, 그 역시 잘 선택하셔서 후회 없는 공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 멘탈관리/파이널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모의고사 성적은 수능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걸 1년 내내 새기며 살았습니다. 3월 성적이 수능까지 간다던가 (정말 개소리입니다), 6평 9평이 수능에 대한 지표가 된다는건 말이 그럴뿐, 실제로 그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는 섣불리 수능을 예측하지 않았고, 주변에서 수능에 대해 떠드는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그저 모든 경우를 생각하며 공부했습니다. 시험이 내가 바라는대로 나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닥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하며 파이널을 보냈습니다. 고전시가의 해석은 싸그리 다 외우고 기출에 나온적이 있다면 마닳에서 해당 문항을 찾아 풀고 해설지를 뒤져 필요한 해설을 필기하고, 낯선 작품이 나왔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정보가 방대한 비문학 지문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래프가 나온다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등등 모든 상황을 그려가며 공부했습니다. 수능 직전이라도 문제를 틀려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틈을 발견하고 메꾸는 것이니까요.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올때마다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내가 이때까지 제일 잘 본 시험이 수능이 되면 될거 아냐’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그날 하루만 기분 나빠하고 그 다음날부터는 다시 담담하게 공부했습니다. 1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동안 스스로의 성적에 대한 불안과 의심은 매번 있었지만, ‘내가 이때까지 한 공부가 절대 헛된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진실되고 열심히 했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담담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파이널때는 마지막까지 봐도 썩 기분좋게 넘어갈 수 없는 지문들을 오려내서 묶어 들고 다니면서 마무리를 하고, 플러스알파닷에서 문학 부분은 거의 외우다시피 하며 심리적으로 후달리지 않게 마지막 공부를 했습니다. 결국 공부를 하는 것도, 성적을 받는 것도 다 스스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가 이때까지 한 공부에 대한 신뢰’ 인 것 같습니다. 이 신뢰가 저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든든하게 다가왔고, 덕분에 슬럼프 없이 멘탈 유지하며 1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부를 한다면, 수능 전날 침대에 누워 이때까지 공부한 것들을 되돌아봤을 때 ‘이게 내가 최대한으로 열심히 한거라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진짜 열심히 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정말 열심히 한거에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냥 근자감이라도 좋아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해도 앞으로 공부하면서 그 근거를 만들어간다면, 그 과정이 당당한 노력으로 채워지면 마지막엔 근거 있는 자신감이 되어서 정말 쫄지 않고 시험지를 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했던 간에 (과목에 상관없이, 국어라면 꼭 마닳이 아니더라도) 그 노력이 진실되다면, 스스로가 한 공부를 믿길 바랍니다. 3. 시험당일 찬희쌤이 말씀하신 대로 시험 전 비문학 지문 요약을 네개 정도 했습니다. 사실 개인 샤프를 들고 가는게 허락이 되지 않아서 글로 직접 쓰진 않고 그냥 쭉 읽으며 뼈대가 뭔지, 이 필자가 뭔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예열을 한 뒤 시험을 보니 글이 한결 더 잘 읽히더군요. 글이 잘 읽히는 것과는 별개로 시험이 어려워서 풀면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화작도 뭔가 확신이 없고, 비문학 두번째 지문까지는 그럭저럭 읽었는데 법 관련 지문과 과학 지문을 가니까 이건 뭐 답이 없더군요. 막 읽다가 시계를 보니 문학 풀고 있어야 할 시간에 비문학 세번째 지문을 풀고 있어서 일단 두 지문 다 스킵하고 문학부터 엄청 빠른 속도로 풀어내려갔습니다. 원래 순서대로 푸는데 갑자기 바꾸려니까 후달리기도 했지만 그대로 하다간 망할 것 같아서..ㅋㅋㅋ문학을 거의 15분만에 풀고 다시 비문학으로 돌아와 풀었습니다. 문학 풀면서도 고전시가에서 EBS 연계가 잘된다더니 연계가 거의 없고, 제향날이라는 작품은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이런 작품이 있지’ 정도였기 때문에 풀면서도 속으로 엄청 욕했습니다. 글이 너무 예스러워서 읽으면서도 헷갈리고, 덤벙대는 스스로와 이런 작품을 고른 평가원을 씹으면서(?) 그래도 정신줄 잡고 읽어가며 그냥 모든 문항에 손가락 걸기를 한 것 같습니다. 안그러면 도무지 시간 안에 45문제를 다 풀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이때까지 체화된 걸 믿고 반쯤은 도박하는 심정으로 거침없이 답을 고른 뒤 돌아오니 30분보다 조금 덜 남았더군요. 그 시간 동안 남은 비문학 두 지문을 풀었는데, 풀면서도 그렇게 확신이 없었던건 처음입니다. 과학 지문은 답이 아닌듯한 선지 다 지워가며 답을 고르면서도 ‘차라리 이 지문 빼고 다 맞자’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불확실했던 문제까지 답 확정해가면서, 이때까지 본 국어시험 중에 제일 시간이 모자란 시험을 수능 때 치뤘습니다. 거의 해탈한 심정으로 답안지 내고...집에 와서도 채점하기가 무서워서 밍기적거리다가 채점을 했는데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97점이라는 점수가 떴습니다. 그렇게 벌벌 떨었던 비문학이 아니라 문법에서 3점 짜리 틀린게 좀 어이없지만ㅋㅋㅋ번호를 보니 문법 풀면서 까다롭게 느꼈던 문제 중 하나라 아쉬움은 없네요. 실전에서의 가장 중요한 태도는 미련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마 손가락 걸기겠죠? 두번 봐도 모르겠는 문제는 지체하지 말고 다음 문항으로 넘어가야 최대한 많은 문제를 건질 수 있습니다. 맞출 수 있는 문제만 다 맞추는 것도 사실 어려운 일이라서, 안풀리는 문항을 붙잡고 미련갖지 말고 다른 맞출 수 있는 문제들만 확실히 해도 아쉬움 없는 시험인 것 같아요. 멘탈붕괴가 와도 정말 이악물고 버티며 문제 푸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정말 많이 당황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당황스럽겠지 생각하며 차분해지려 노력했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 공부를 하면서 경쟁상대는 다른 수험생들, 강남대성에 있는 괴물같은 n수생들이 아니라 시험장에서 마주하게될 시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워보이는 문제라도 쫄지 않고 덤벼서 풀어버리자는 생각이 실전에서도 잘 나와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어가 성적이 잘나오는 과목이긴 했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1년간 수능 국어 공부를 하며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었고 마닳을 할때마다 즐거웠습니다. 공부하면서 성취감을 넘어서 희열을 느낄줄은 정말 몰랐네요...ㅋㅋㅋㅋ시중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깊이의 해설지, 해이해졌을때 읽으면 정신 붙잡을 수 있었던 이싸법, 지문과의 대화에 기본이 되는 태도를 알려주는 지문읽는 법, 정성 가득한 플러스알파닷 까지 (파일 열어봤을때 진짜 감탄했습니다ㅜㅜ) 이찬희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때까지 국어가 뭔지도 몰랐는데 수험생활 보내면서 마닳을 통해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좋은 성적과 함께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한결 더 단단해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또 하나의 값진 결과물이네요. 이 후기를 보시는 분들도 꼭 저와 같은, 저보다 더 좋은 결과로 기분 좋게 수능 성적표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한 공부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년의 수능을 치를 수험생분들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멘토링 신청을 해봅니다. 힘이 닿는데까지, 제 문제인 것처럼 고민하며 최선의 답을 찾아 그분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데 힘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교재, 좋은 가르침 주신 이찬희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
